매일신문

사설-이런데도 '4% 성장' 고집하나

'경기 예측은 경제학자보다 점성술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종목이지만 요즘처럼 경기 전망이 뒤죽박죽인 경우도 드물 것이다.

경제를 너무 어둡게 보는 것도 분명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않는다.

그러나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한다면 자칫 경제 정책이 방향 감각을 상실할 수도 있어 더욱 곤란하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올해 '2%성장'을 예측한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낮은 수치 제시는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중에서는 처음이다.

한경연은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율 둔화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6.3%)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2.9%로 낮췄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부가 '4%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이 극단적인 '비관론'이 나온 것에 주목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불과 며칠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8차 동아시아·대양주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약 4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돼 집행되면 어려운 대내외 성장환경에도 불구하고 4% 이상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고실업·저성장 시대'가 올 것이라는 박 총재가 그의 지론을 하루 아침에 '낙관론'으로 바꾼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정부의 막연한 장밋빛 욕심을 대변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문제는 국민은 당연히 '비관론'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경기 예측이 정부따로, 국민따로 식이니 IMF 당시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고있는 국민은 속이 터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현 정부의 친(親)노조적 자세를 투자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기업들의 위험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전향적(前向的)인 노조정책은 보이지 않고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과연 우리사회에 미래와 '비전'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정부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야한다.

정책 수립 및 집행에 일관성이 없고 신뢰 상실로 인해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는데 정부는 무슨 근거로 계속 '낙관론'을 고집한단 말인가.

돈을 풀어서라도 '4% 성장'이라는 외형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욕심은 버려야한다.

국민의 믿음없는 정책 남발은 또 하나의 불신(不信)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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