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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는 아이 없는 날 내 공연 멈추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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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더라도 굶는 아이들이 있는 한 거리 공연은 계속할 겁니다".

썰렁한 객석, 무심히 지나쳐 가는 사람들…. 6월 한낮의 따가운 햇볕으로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지만 박창근(32)씨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동대구역 야외 공연장.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언더그라운드 가수인 박씨는 이곳에서 거리공연단 '우리 여기에'와 함께 결식아동 돕기 무료 공연을 시작한다.

1997년 시작 후 벌써 6년째. 평일엔 대학.사회노동단체 등의 행사에 출연하고 매주 토요일엔 이곳으로 달려 온다고 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7일, 박씨는 자신이 작사.작곡한 '이유'라는 노래로 거리 공연의 막을 올렸다.

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공연장을 기웃거렸고, 그늘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앉기 시작했다.

공연 순서 중 하나인 '요가' 강의 시간에는 수십명이 똑같은 동작을 따라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는 영남대 독문과 노래동아리 '소리동네'가 함께 해 박씨의 어깨를 추어 올려줬다.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를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박씨는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날 박씨가 모금한 돈은 모두 4만6천300원. 공연단이 결연한 5명의 결식 아이들에게 매달 25만원씩 지원하는데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였다.

"IMF사태 전에는 하루에 최소 15만원 정도는 모금됐지만 특히 지하철 참사 이후엔 모금액이 더 줄었습니다.

이래서는 언제 후원금 잔고가 바닥날지 모르겠습니다". 박씨가 아쉬워 했다.

하지만 공연 환경은 그나마 좋아졌다고 그는 즐거워했다.

처음에는 역 주변 노숙자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거나 방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소중한 청중으로 변했다는 것. 또 대학 때 막노동하다 다친 허리의 병이 작년에 재발돼 6개월간 거의 공연을 못하다 다소 나아진 것도 다행이라고 했다.

박씨는 1997년 한 복지관 주최 장애인 돕기 거리 공연에 참가하면서 이 일과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그 뒤 결식아동들의 얘기를 전해 듣고는 스스로 나서서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고 거리 공연을 결심했다는 것. 그러면서 아직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음은 어른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 믿고 있었다.

봉사가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박씨는 "장소나 환경이야 바뀔 수 있겠지만 거리 공연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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