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회 한.몽골 국제우정마라톤 개최

'출발 2004! 다시 한번 2003'(Start 2004! Again 2003!).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푸른 초원. 한가로이 풀을 뜯는 하얀 양떼들과 얼룩얼룩 무늬의 소떼들, 고삐풀린 말떼들의 무한질주. 평원 위 띄엄띄엄 외로운 유목민들의 전통숙소인 하얀 겔(Ger)과 푸른 초원의 이정표 역할을 하며 한줄로 늘어선 나무 전봇대의 끝없는 행진, 예상치 못한 모래바람.….

게다가 겔에서의 잠자리와 겔을 데우는 난로의 장작타는 소리는 맑은 밤하늘의 별빛과 함께 캠프 파이어의 불꽃들은 솔롱고스(한국)의 나그네들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

이런 배경을 볼거리 삼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40㎞ 떨어진 운돌도브의 푸른 평원에서는 지난 7일 제1회 몽골 국제우정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대구의 (사)한.몽 문화교류 진흥원이 국내 처음으로 몽골평원에서 가진 이 대회에는 한국과 몽골의 마라토너 1천여명이 참가, 초원을 마음껏 달렸다.

하프코스와 10㎞.5㎞코스 등 저마다 선택한 길을 뛰었고 모두들 내년 재회를 기약하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남녀노소 한데 어울려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과 마라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기회였다.

특히 200여명의 한국인은 초원에서의 첫 마라톤 분위기에 푹 빠졌다.

비록 모래섞인 강풍이 몰아치고 1천500m의 고지에서 열린 마라톤인 탓에 호흡이 가빴으나 거칠 것 없었다.

"초원에서의 달리기는 추억거리로도 그만이었고 한국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부인과 함께 참가한 손형(48.경북 경주시)씨는 "내년에도 출전할 계획"이라 말했다.

나란히 10㎞에 출전해 한국팀 남녀 각 1위를 기록한 이상훈(54.부산시 구서동).박영숙(49)씨 부부는 "축제기분으로 달렸고 평생 못잊을 대회"라면서 "내년에는 대학생 아들도 함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아버지 최홍기씨와 함께 5㎞를 달린 초교 2년의 최연소 출전자 정호군은 "너무 너무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이번 마라톤은 또다른 문화체험과 즐거움으로 인기를 끌었다.

울란바토르 북쪽 테를지 국립공원에서의 말타기와 몽골 유목인 전통숙소인 겔에서의 하루밤, 그리고 맑은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들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의무요원으로 파견된 대구 파티마병원의 박진미.이해숙.장경숙 수녀는 입을 모았다.

특히 박 수녀는 "몽골 문화체엄은 한편의 시와 같았다"면서 첫 방문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통 양고기 요리인 허럭의 맛은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제공했다고 대구의 최영호씨는 기억했다.

10㎞를 뛴 충북 단양의 이지연(48.여)씨는 "다시 한번 뛰고 즐기겠다"고 기약했다.

몽골 국회의원 7명과 장관 2명, 차관 3명, 대사관직원 등 국내외 700여명과 함께 5㎞를 달린 대구출신의 몽골주재 김원태(56) 한국대사는 "수교 13주년과 몽골방문의 해를 기념, 열린 이번 대회는 친선을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내년에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화가인 배종호(55) 부대회장은 "강풍을 헤치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에다 몽골만이 가진 훌륭한 원시적인 자연환경, 색다른 문화체험이 잘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한편 진흥원측은 내년에는 몽골 최대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홉스골체험과 수십㎞의 톨강 래프팅 등을 곁들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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