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온 노(勞).정(政)간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18일 전격적으로 총파업을 선언했고 이에 허를 찔린 정부는 강경 대처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나서 양측이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은행측은 비상 대책 가동으로 전산망 마비와 같은 '금융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조 '벼랑끝 선택'...등 돌린 정부
조흥은행 노조가 'D-데이'를 25일로 잡았다가 일주일을 앞당긴 것은 현 단계에서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지 않고는 정부 주도의 매각 작업에 제동을 걸 수 없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금보험공사와 신한금융지주와의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이르면 2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어서 당초 파업 돌입 시점으로 제시한 25일까지 머뭇거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강경하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는 대외 신인도 차원에서 매각 절차를 강행해야 한다는원칙론도 있지만 노조의 파업 명분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기 힘들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산망 가동 중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산망이 다운(작동불능)될 경우 단순히 조흥은행 고객만의 불편과 혼란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은행까지 이어져 금융권 전체가 혼란에 빠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전산망을 가동하는 필수요원 30여명(대체인력 5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 300여명은 17일 오후 근무지를 대거 이탈, 18일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평상시 조흥은행 중앙 전산센터에는 350명이 근무했으나 노조원들이 빠져 나가는 바람에 51명이 현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18일 오전까지 조흥은행 전산망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전산망이 다운된다면 조흥은행을 거치는 모든 금융 거래가 정지되는 셈"이라며 "조흥은행과 관련된 은행 거래는 중단되고 연결계좌를 갖고 있는 증권.보험사 거래는 물론 카드 결제 등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산망이 당장은 정상 가동에 문제가 없으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다운될 가능성이 높으며, 크고 작은 금융 사고로 금융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협 여지는 있다"
노조의 총파업 선언으로 노.정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양상이지만 물밑으로는 대화 채널이 계속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로서는 총파업 장기화에 따른 금융 혼란 우려가 크고 노조 역시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데다 다른 시중은행 노조들에게서 충분한 공조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마땅한 협상 카드가 없어 보이는 점이 문제이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공권력 투입을 통해 노조원들을 해산시키는 초강수는 후유증을 불러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전례에 비춰볼 때 노조가 이번 파업을 '지렛대'로 고용 승계와 임금 등의 근로조건 협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파업과는 무관하게 현재 진행 중인 정부와 신한지주측간의 매각 협상이 곧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안없는 파업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은 노조가 파업을 벌여도 은행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전산센터의 정상 가동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그러나 파업이 7일 이상 지속될 경우 교대 인력이 없어 정상 가동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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