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거주 탈북자 20명 '온누리회' 결성

스스로 모습을 감추고 살려 노력하던 탈북자들 중 대구 거주 20명이 지난 1일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세상 속으로' 얼굴을 드러내겠다고 나섰다.

이름도 잘 어울리는 '온누리회'.

이복순(34.신당동) 대표는 같은 아픔을 지닌 탈북자들 스스로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적응을 돕자고 모였다고 했다.

돈 가치를 몰라 과자 한 봉지 사는 것조차 힘들었던 자신의 정착 어려움을 새로 오는 탈북자들도 겪을 참이어서 먼저 정착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미 120여명이 대구에 살고 매월 6, 7명이 새로 정착해 오고 있어 자조모임이 필요하다는 것. 먼저 온 자신들이 뭔가 해 놓은 것이 있어야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 사람들에게 낯이 서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탈북자 중에는 단신 입국자가 많아 적응이 더 어렵습니다.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다 보면 이곳이 고국이라고 느끼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방황하게 됩니다.

저희 회원들 중에도 12명이 단신 입국자이지요".

대구는 탈북자 지원 단체가 다른 도시보다 적고 보수성향이 강해 적응하기 더 어렵더라고도 이씨는 말했다.

그래서 대구로 왔던 탈북자의 30% 정도는 정착에 실패하고 다른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친해지고 나면 속정이 깊어 오히려 좋지만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리는 대구 사람들의 무뚝뚝함을 탈북자들이 부담스러워 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여건에서 탈북자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경조사를 챙겨준 것이 모임의 시작.

그러나 온누리회는 단순 친목 단체를 넘어 지역사회에 봉사함으로써 정착 과정에서 받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대구 사람들과 마음을 섞고 열어 스스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는 길이라고도 믿고 있었다.

"아직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아 힘듭니다.

탈북자를 선입견 없이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직업교육을 받아도 '탈북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직장 구하기가 쉽잖고 취업해도 임금을 제대로 못받습니다.

상황을 제대로 알려 지역민들의 이해를 얻고 탈북자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의 진정한 한 구성원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북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온누리회로 연락 달라고 했다.

그곳 이야기를 들려 주고 친목을 다지면서 통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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