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제계 '亡國論' 일리 있다

우리는 지금 참담한 심정으로 참여 정부의 경제원칙이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두말할 나위없이 시장경제는 질서(秩序)에서부터 출발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할수록 정부가 독과점(獨寡占)을 규제하고 무임 승차자(free rider) 적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들이 모두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질서가 무너지면 참여자들은 정당한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시장을 떠나게되고 그곳에는 부패와 비리, 비효율성만 남을 뿐이다.

무질서의 결과는 이처럼 혹독하다.

경제단체가 마침내 '배수의 진'을 치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23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갖고 "노사문제가 계속 이렇게 진행된다면 기업은 투자 축소, 공장 해외이전 등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며 노동계 총파업 중단과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겠다는 극단적인 맞대응책이 나올 정도로 사태를 방관했으니 정부는 과연 국가 경제를 염두에 두고나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법과 원칙'을 부르짖는 정부를 향해 경제계가 "이제 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가압류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며 되레 역공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경제 정책 운용의 주체가 누구인지,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분위기다.

우리는 지난 97년 IMF위기가 방만하게 운용된 한국경제의 취약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해외 투기자본의 음모(陰謀)에 의한 희생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국제적인 동정을 받을 여지나 있었지만 작금의 혼란은 순수 내부 갈등 요인들로 뭉쳐져있어 어디 외부에다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제 경제위기론을 넘어 '경제망국론'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 원칙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철저하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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