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구 개정방향 유.불리 저울질-'소지역'출신 예비후보들

언제부턴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머릿수(유권자 수)가 많은 지역 출신 후보들이 거의 당선되는 추세가 굳어졌다.

흔히 인물과 정당 그리고 출신 지역 등이 투표에 있어 전통적인 판단 기준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인물 본위의 투표는 간 곳이 없고 오직 어디 출신이냐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돼버린 때문이다.

이를 단순한 애향심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소지역주의 내지 지역이기주의 더 나아가 집단이기주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지적이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자기 동네, 내가 아는 사람을 밀어주고 뽑아주자는 것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 출신들은 선거판에 명함 내밀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입후보해봐야 머릿수에서 밀려 고배를 마시기 일쑤인 때문이다.

17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2, 3개 행정구역이 합쳐져 한 선거구를 이루는 복합선거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소지역'출신들은 주저하고 있는 반면 인구가 많은 '대지역' 출신들은 '일단 기본 점수는 따고 들어간다'는 느긋함을 보이며 출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도시보다는 농·어촌에 많다

2000년에 치러진 제 16대 총선에서 복합선거구는 경북에서 포항남·울릉, 문경·예천, 경산·청도, 고령·성주, 군위·의성, 청송·영양·영덕, 봉화·울진 등 7개였다.

그리고 이들 선거구의 국회의원 당선자는 모두 대지역 출신들이었다.

단 한 곳도 예외가 없었다.

마이너리티 지역에서 차기 총선을 위해 뛰는 후보군들을 살펴본다.

예비후보자

10여명 거론

◇경산·청도=15대 총선에서는 자민련의 김종학 전 의원, 16대에는 한나라당의 박재욱 현 한나라당 의원을 당선자로 냈다.

모두 경산 출신이다.

경산 인구는 21만명이 넘어 5만명 수준의 청도의 4배가 넘는다.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은 역대 선거에서 최다 후보 출마 지역으로 손꼽힌다.

14대 총선에서는 6명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15대 때는 무려 13명이 출마했고 16대 때도 5명이 나섰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벌써 예비후보만도 10명에 가깝다.

또 대부분 경산 출신들이다.

경산 표의 분산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청도 출신 인사들도 예비 출마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한태 청도 용암온천 회장은 이미 출마 선언을 했다.

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김상순 청도군수도 거론된다.

이들 주변에서는 청도의 표는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으며 경산에 일정한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경산 출신 후보들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산의 외지인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것도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청도 출신으로 14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영창 전 치안본부장의 사례도 고무적이다.

신영국·신국환 재대결

◇문경·예천=96년에는 황병태 현 대구한의대 총장, 2000년에는 신영국 현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됐다.

황 총장은 예천, 신 의원은 문경 출신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인구는 문경이 8만4천335명, 예천이 5만6천492명이었다.

96년에는 당시 집권 민주계의 실세이자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중국대사, 외국어대총장 등 화려한 경력의 황 총장이었지만 예천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선 문경 출신의 이승무 전 의원에게 664표 차이의 근소한 승리를 거두는데 그쳤다.

2000년에는 9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신 의원이 예천 출신인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에게 불과 786표 차이로 신승을 거두었다.

때문에 신 전 장관은 신 의원과 재대결을 벼르고 있다.

98년 보선 때 신 의원과 신 전 장관의 표차이는 1천292표였다.

또한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총장의 권토중래 가능성도 이야기 되고 있다.

조창래·이외수 도전장

◇고령·성주=성주의 인구는 4만9천715명, 고령은 3만6천321명. 차이는 불과 1만3천여명이다.

그러나 고령은 15대 총선 이전에는 달성과 한 선거구로 묶여 있어 달성 출신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줬다.

이후 성주와 한 묶음이 되면서 성주 출신의 현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이 재선을 했다.

고령 출신들은 15대 총선에서 주 의원의 득표 만큼 표를 얻었으나 분산되는 바람에 당선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16대 때는 한나라당 바람으로 주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지역 출마자 다수는 성주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제 고령·성주 선거구는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인구 부족으로 인근의 칠곡과 합쳐질 전망이다.

달성이 대구로 들어가는 바람에 칠곡 이외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칠곡과 조합을 이룰 때는 대지역이던 성주도 졸지에 소지역이 된다.

칠곡은 고령과 성주의 인구를 합한 것보다 많은 10만5천109명이나 된다.

현재 고령과 성주에 모두 연고가 있는 조창래 전 대구경찰청장과 성주 출신의 이외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이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주 의원을 넘어 칠곡 출신 인사들과도 한 판 겨뤄볼 만하다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다.

의성 출신들 주도권 공산

◇군위·의성=14·15대 때는 의성이 단독 선거구였고 군위는 14대 때 선산군과, 15대 때는 칠곡과 조합이 돼 있었다.

그러다 16대 들어 의성과 한 묶음이 됐다.

의성은 7만1천694명, 군위는 3만153명이다.

의성 인구가 군위의 두 배가 넘는다.

때문에 군위는 14대와 15대 선산(김윤환)과 칠곡(장영철) 출신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주다 16대에는 의성 출신의 정창화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군위·의성 선거구 역시 운명이 풍전등화다.

인구 합계가 10만1천명을 겨우 넘어 선거구 통폐합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청송과 합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청송의 인구는 군위와 비슷한 3만2천667명이다.

군위와 청송의 연합전선이 펼쳐지는 경우가 아니면 이 경우에도 의성의 주도권 행사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지금 거론되는 예비 후보들도 대부분 의성 출신들로 군위나 청송 출신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재홍·신용길 출마 시사

◇청송·영양·영덕=14대 총선에는 청송·영덕이 한 선거구로 영덕 출신의 김찬우 의원이 청송 출신의 황병우 전 의원을 눌렀다.

영양은 봉화와 조합을 이뤘으나 국회의원은 봉화 출신의 강신조 전 의원이 됐다.

15대 때는 청송·영덕은 유지됐으나 영양은 울진·봉화와 합해졌다.

16대 때는 선거구가 바뀌어 청송·영양·영덕이 한 선거구가 됐다.

결국 15대 이후에는 청송과 영양 출신은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다.

인구는 영덕이 4만8천728명, 청송이 3만2천667명, 영양이 가장 적은 2만1천688명이다.

세 지역간 인구 편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17대 총선에서 현 지역구가 유지된다면 청송과 영양 출신 가운데서도 도전하겠다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청송 출신으로는 이재홍 전 한전기공 감사와 신용길 변호사가 있고 영양 출신으로는 윤영호 민주당 경북도지부장이 있다.

하지만 이 선거구의 운명도 보장할 수가 없다.

세 곳의 인구를 다 합해도 10만3천명이 조금 넘어 통폐합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더욱이 청송이 의성·군위로 합쳐진다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소지역 출신 인사들은 본격적인 선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영덕도 선거구 자체가 통폐합이 될 경우 인구가 더 많은 울진과 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선거전 양상은 달라진다.

'등록무효' 박영무 재기

◇봉화·울진=14대 총선에서 영양과 조합이 돼 국회의원을 배출한 봉화는 15대 때 영양에다 울진까지 합쳐서 조합을 이뤘고 국회의원은 울진 출신의 김광원 의원에게 넘어갔다.

16대 총선에서도 김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선거구 역시 어떤 식으로 변할 지 모른다.

현 선거구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울진이 영양과 영덕과 조합을 이루고 봉화는 이 조합에 포함되거나 영주와 조합을 이룰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구가 6만4천309명인 울진이 대지역이 되고 봉화는 두 경우 모두 소지역이 된다.

그럼에도 봉화 출신의 박영무 아주대 교수는 16대 총선에서 등록 무효가 돼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한을 풀어보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영양은 물론 영덕 역시 소지역이 된다.

영양 출신인 윤영호 지부장은 이런 조합에서도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영덕 출신으로 출마를 준비중인 강석호 삼일그룹 부회장이나 김현동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고민에 빠질 공산이 크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출마설이 나도는 남효채 경북도 행정부지사 역시 출마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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