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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부모랑 자녀랑-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지성이와 감천이)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두 아이가 살았는데, 하나는 이름이 지성이고 하나는 감천이야. 둘은 서로 앞뒷집에 살면서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지. 그런데 지성이는 눈이 안 보이고, 감천이는 걷지를 못해. 하나는 장님이고 하나는 앉은뱅이라는 거지.

이 아이들이 나이 여남은 살 먹었을 때, 어찌 된 일인지 두 집 부모가 그만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떠나버렸구나. 둘 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돼 버린 거야. 두 아이는 며칠 동안 슬피 울다가 마을 사람들 도움으로 겨우 장례를 치렀어.

그런데 정작 장례를 치르고 나니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거든. 궁리 끝에 여기 저기 얻어먹으러 다니기로 했어. 지성이가 감천이를 업고, 감천이는 지성이 등에 업혀서 길을 가르쳐 주면서 말이야.

둘이 업고 업혀서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고개 밑에 이르렀는데, 목이 말라서 옹달샘을 찾아갔어. 옹달샘을 찾아가서 샘물을 먹으려고 보니, 아 글쎄 물 속에 커다란 금덩이가 하나 들어있지 뭐야.

"얘 지성아, 여기 금덩이가 하나 있다".

"그래? 네가 본 것이니까 네가 가져라".

"아니야. 네가 아니었으면 이리로 오지도 못 했을 테니 네가 가져야 돼".

"난 싫다.

네가 가져라".

"나도 싫어. 네가 가져".

이렇게 서로 가지라고 옥신각신하다가, 금덩이를 거기에 그냥 놔두고 고개를 올라갔어. 둘이 업고 업혀서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갑자기 숲 속에서 도둑이 나타나서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소리를 치네. 그런데 내놓으려니 뭐 가진 것이 있어야지. 그래서, 가진 것은 없지만 저 아래 옹달샘에 금덩이가 있는 것을 봤다고 했지. 그랬더니 도둑이 두 아이들을 나무에 묶어 놓고 고개 아래 옹달샘에 금덩이를 찾으러 갔어.

도둑이 옹달샘에 가 보니 물 속에 금덩이가 있는 게 아니라 커다란 구렁이가 있거든. 산신령님이 조화를 부려서, 마음 착한 사람에게는 금덩이로 보이지마는 욕심쟁이한테는 구렁이로 보이게 했던 거야. 도둑이 그만 화가 나서 들고 있던 칼로 구렁이를 힘껏 내리쳤어. 그 바람에 구렁이 몸뚱이가 두 동강 나버렸지. 사실은 금덩이가 두 쪽 난 거겠지?

도둑이 다시 고갯마루로 올라와서, 거짓말을 했다고 두 아이를 실컷 두들겨 패고 나서 제 갈 길로 가버렸어. 둘이서 가까스로 묶인 줄을 풀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이상하거든. 아까 옹달샘에서 본 것은 틀림없는 금덩이였는데 도둑은 구렁이라고 하니 어찌된 일이야? 이상해서 다시 옹달샘에 가 보기로 했어.

둘이서 다시 옹달샘에 가 보니, 아니 이게 무슨 조화야? 금덩이는 틀림없는 금덩이인데 하나가 아니라 둘이 있구나.

먼저 감천이가 그것을 보고, "야, 금덩이가 두 개다!"하고 막 걸어가려고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다리가 쭉 펴져서 걸을 수 있게 됐어.

지성이는 그 소리를 듣고, "어디, 어디?"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지.

이렇게 해서 성한 몸이 된 두 아이는 금덩이를 팔아서 큰 부자가 됐어. 부자가 돼서도 늘 서로 도와주고 양보하면서, 그렇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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