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책-저자의 한마디

◈인문학의 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강우방 지음/열화당 펴냄

"미술사학자는 미술의 여러 가지 표현방법 속에 숨겨진 비밀 기호를 해독하는 사람이다.

조형언어의 기호를 해독하여 문자언어로 전환시키면서, 미술사학자는 숨겨진 역사를 기술한다.

이 것이 바로 미술사학이 인문학의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전 국립경주박물관이자 이화여대 초빙교수인 미술사학자 강우방(62·사진)씨는 최근 펴낸 '인문학의 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의 방법론'(열화당 펴냄)에 대해 그 자신은 "내 체험의 소산으로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한국미술의 관점에서 세계의 미술을 바라보려는 야심에서 비롯된 본격적인 (한국미술사에 대한) 방법론의 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이론보다 실천을 앞세운 한국미술사 연구를 제창하고 있다.

"이론이 앞서는 것이 아니요, 실천하는 사이에 이론이 자연스럽게 짜이는 것이다.

이론의 틀 속에 넣어서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시대정신과 미의식을 체험하는 것으로, 그러한 과정을 나는 '추체험'(追體驗)이라부른다".

따라서 '추체험'을 저자는 아마도 체험을 따라가는 한국미술사 이론 정립 정도의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어떻든 철저하고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되는 한국미술사 연구 방법론 정립을 위해 저자는 그 연구대상 설정과 조사방법, 미술사 논문 쓰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기획전시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그 자신이 국립박물관에서 학예직으로 30년 넘게 일한 경험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기획전시와 함께 그 공간을 제공하는 박물관에 대한 유별난 애정을 책 곳곳에서 토로하기도 한다.

368쪽. 2만원.

◈불타는 빙벽-고원정 지음/해냄 펴냄

"빙벽이 사회에 굳건히 자리한 전체주의적인 구조와 가치관을 상징한다면 불타는 빙벽은 그러한 가치의 붕괴를 의미해요. 시대는 변했고 빙벽은 당연히 허물어져야 하죠".

고원정(47)씨의 '불타는 빙벽'(전3권. 해냄 펴냄)은 군에서 일어난 두 건의 의문사를 매개로 군대의 실상을 파헤친 작품이다.

1993년 '빙벽'(전9권·해냄 펴냄) 이후 10년 만에 나온 완결편.

'빙벽'이 1980년대 군사문화로 대변되는 전체주의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찾기 위해 저항한 한 청년장교의 이야기라면 '불타는 빙벽'은 군대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탐욕과 위선, 진보와 보수의 갈등, 역사 계승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장석천과 현철기가 죽은 지 22년 뒤. 국회의원이 된 당시의 대대장 박민, 현철기의 사촌이자 당시 석천소대원이었던 박지섭, 청와대에 입성한 임천호, 퇴락한 운동권 세력 박건호와 최정우, 박민의 딸 지연과 지섭의 아들 박철 등의 군상이 등장, 둘의 죽음이 신화냐 우상이냐를 놓고 갈등을 벌인다.

박지섭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로 결심하면서 현철기의 죽음에 얽힌 진실은 밝혀지고 군과 민은 그를 기리는 제2의 추모탑을 건립해 상처받은 원혼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진실은 진실로, 허구는 허구로 밝혀지고 사람들이 화해하는 모습이죠. 조작된 신화의 세계가 허물어지는 지금,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왔고 살아갈 이야기야말로 진정한 신화가 아닐까요?"

◈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신중현 지음/한국일보사 펴냄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씨가 자서전을 펴냈다.

한국일보사가 발행한 '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이 그것으로, 한국 대중 음악의 대부이자 산 증인으로서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38년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때 부모를 모두 잃고 제약회사에 취직해 청소년기를 보낸다.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에 미쳐 무작정 라이브 업소에 찾아간 그는 미8군 쇼단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인생을 시작한다.

이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1974년 대마초 사건을 겪은 데 대한 회한, 추억 속의 명곡 '비속의 여인' '봄비', '꽃잎' '미인' 등에 얽힌 사연, 작곡가와 제작자로서 박인수, 김추자, 이정화 등 그가 키워낸 스타 이야기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자연인으로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잘 드러나며 원로 음악인으로서 현재 음악 방송 시스템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담고 있다.

이 책은 개인을 통한 시대의 기록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미8군에 대해 그가 겪었던 기억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미군이 지녔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이 책에서 "앞으로 아직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어린이와 노년을 위해 록적인 동요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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