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1시. 고교 앞은 주차장이 된다.
교문 주위로 꼬리를 물고 줄지어선 차량들. 온갖 군상이 보인다.
일찌감치 교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고급 승용차, 한참 뒤엔 같은 동네 학생 서넛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카풀 승용차, 멀찌감치 노동의 먼지를 흠뻑 뒤집어쓴 낡은 트럭까지. 교문과 차의 거리는 부모의 경제력, 학생의 성적과 비례한다는 한 교사의 얘기는 과장일까.
D-26일.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은 객관식이다.
누구의 실력이 깊이가 있느냐를 따지는 주관식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문제와 내용들을 익혀 실수를 적게 하느냐를 비교하는 오지선다형이다.
전문가들은 과외나 학원 수강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부유층이 유리한 게임이라고들 한다.
여기에 맞춰 전국의 수험생들이 한 줄을 선다.
교문을 빠져나오는 수험생들은 일제히 줄에 오른다.
부모의 줄이 대학입시의 줄과 일치한다면 젊은 날의 희망은 어디에 둬야 할까. 올해도 어김없이 67만3천585명이 수능 응시생 꼬리표를 달았다.
단판승부. 삐끗하면 고교 3년 동안의 땀이 허사가 된다.
초등학교부터의 12년 공부가 헛일이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다.
패자부활전을 하려면 일년 더 땀을 쏟아야 한다.
올해도 18만4천188명. 꽃같은 10대의 마지막 순간을 되풀이 공부에 허비하는 재수생 숫자가 해마다 이 정도라면 분명 잘못된 승부다.
재수의 성공 확률이 20%도 안 된다면 더욱 그렇다.
서글프지만 패자부활전도 부모의 능력이 형태를 결정한다.
종합반 학원에 다니며 특강 듣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거나, 학원에 주말 과외에 이따금씩 수도권 유명 강사의 지방 특별 강의 수강까지 바쁘게 돌아가거나, 아예 서울의 유명 학원으로 유학가거나, 천차만별이다.
수백만원 들여 입학한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는 반수(半修)도 집안 형편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밤11시. 집이 아니라 심야학원행 승합차나 미니버스에 오르는 수험생도 적잖다.
이들이 하얗게 새우는 밤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까. 대학 입학이 골인지점이라면 숨이 턱턱 막히더라도 달려볼 만한 일이다.
합격증 하나로 수만 가지 고통을 훌훌 떨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달리기는 대학 입학부터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취업으로 향하는 경주. 달리고 또 달려 줄에 끼어야 하는….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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