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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이종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989년과 1995년 '화랑세기'(花郞世記) 필사본이 공개되면서 국내 사학계는 엄청난 격랑과 논쟁에 휩싸였다.

화랑세기는 신라 성덕왕 때 관료인 김대문이 썼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지만 원본은 전해져 내려오지 않고 있는 사료. 그런데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궁내성에서 근무한 박창화란 사람이 썼다는 화랑세기 필사본이 발견된 것이다.

화랑에 대한 전통적 관념은 애국 애족하는 젊은 순국무사 상이다.

화랑세기 필사본이 묘사하는 화랑의 모습은 이같은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중 가장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대목은 마복자(摩腹子)이다.

마복자란 임신중인 아내를 상관이나 왕에게 바쳐 낳은 아들을 말한다

화랑세기 필사본이 위작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화랑세기 필사본이 사실이라면 신라의 역사중 상당 부분은 허구가 되고 만다.

현재 국내 사학계에서는 화랑세기 필사본을 위작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다.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고 당시에 사용하지 않던 글자들이 있으며 역사적 사실과 안맞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서강대 이종욱 교수는 이 필사본이 진짜라고 단언한다.

꾸준하게 화랑세기를 연구해 온 이 교수가 10년째 국내 사학계의 논쟁거리가 돼 온 '화랑세기'를 다시 정리해 '화랑'(휴머니스트 펴냄)을 내놓았다.

저자에 의하면 화랑은 준수한 외모를 지닌 미성년자들의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 선택된 자들이 참여하는 '이해집단'으로 하나의 클럽과도 같다.

화랑은 사랑하고 결혼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으며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기도 했지만, 반란을 일으키는 일에 가담하기도 한 인간집단 그 자체다.

저자는 "화랑은 일제와 이후 군부정권의 필요에 의해 '애국적 포장'을 씌워 미화됐으며 실제 진실은 화랑세기에 담겨 있다"는 도발적인 논지를 편다.

'한국 고대사 연구는 이미 역사적 사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화랑세기가 위작이 아니라면 그들(화랑세기를 위작으로 보는 학자들)이 발명한 화랑도나 신라의 역사는 허구가 된다.

따라서 그들에게 화랑세기는 위작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화랑'의 머릿말 중에서).

저자는 화랑세기에 나오는 개방적이고도 충격적인 성 개념에 놀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신라는 근친혼을 통해 지배세력들이 지위를 지켜나간 사회였으며 사통이나 아내 상납, 남의 아내 빼앗기 등은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화랑세기 필사본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국내 정통 사학계로부터 이단시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서강대 이종욱 교수가 있다.

'화랑'은 이종욱 교수의 학문적 고집이 엿보이는 책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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