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취인 '산타 할배'

"산타 할배에게…".

연말연시에 쏟아지는 각종 우편물을 배송하느라 일손이 바쁜 우체국에 도저히 보낼 방법이 없는 우편물이 연일 날아들고 있다.

어린이들이 성탄절을 전후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전해달라며 '소박한 동심'을 담아 정성껏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들.

대구 달서우체국에는 최근 전달이 불가능한(?) 카드 13통이 동네 우체통을 통해 모아졌다.

받을 사람이 '북극에 계신 산타에게', '진짜 산타할아버지에게', '산타 할배', 'GRAND산타' 등 보낼 수가 없는 카드다.

카드 내용은 안부인사와 꼭 갖고 싶은 선물 목록을 적은 것이 대부분.

어떤 어린이들은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 선물 꼭 주세요"라며 집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적어놓기도 한다고 우체국 관계자들은 말했다.

산타에게 보내는 카드는 전국의 모든 우체국이 연말마다 겪는 진풍경.

대구의 우체국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유치원생이나 미취학 아동이 보낸 것"이라며 "배달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또 보낸 어린이의 집 주소가 있는 경우에는 아이들의 동심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직원들이 대신 답장을 써 보내기도 하며, 부모에게 '댁의 자녀가 이런 선물을 받고 싶어합니다'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

경북체신청 이선혜 홍보담당은 "발신인을 알수 없는 카드는 3개월동안 보관한뒤 폐기한다"면서 "연말연시 우편물 홍수속에서 어린이들의 수신불가 카드 한 장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은 지난 2000년 대구에서 350여만통이 발송됐는데 이후부터는 이메일 연하장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사용이 늘면서 해마다 4~5% 감소하는 추세다.

경북체신청은 내년 총선의 영향으로 올해 대구에서는 전년보다 2% 정도 줄어든 300여만통이 보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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