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헌태의 백두대간 종주기 (25)-형제봉 (14)

14.

이번 산행 총결산. 지도상으로 따지면 화령재-봉화산- 비재- 680미터헬기장- 형제봉- 피앗재, 12.8킬로미터에 5시간 3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적혀있다. 이헌태의 실제 산행시간 총 10시간. 유 대장님의 만보기에 따르면 2만 3천보. 지난 번에는 길을 잃고 헤맨 길이까지 합쳐서 3만 8천보. 이번 산행 길이는 지난 산행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구만. 하지만 이번 산행은 완만한 능선길이었던 지난 산행과 달리 가파르게 오르고 내리는 거의 '똥개훈련식' 코스.

이번 산행에서 형제봉에서 피앗재까지가 속리산 국립공원의 경계선에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상 다음 산행부터 대망의 속리산 종주코스길이다. 지리산 덕유산에 이어 호쾌 장쾌 유쾌 3쾌가 다시 등장하는 속리산 종주. 세속을 떠난다고 해서 그러나. 그런데 지리산에는 단속사라고 있다고 하네요. 속세와 단절.

예전에는 속세를 떠나는게 아주 큰 일이었구만. 지금도 마찬가지. 지금은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사짓겠다는 게 유행인데. 도 닦을 일은 그렇고. 농촌에 가서 사는게 바로 속세를 벗어나는 것이지 뭐. 농사 못 짓는 부자들은 전원도시로 가는 것이고. 하여튼 예전이나 지금이나 속세는 문제가 많구만.

끝으로 백두대간회원인 백신종 선배가 쓴 시 3편이 2003년 겨울호 '거창문학 14'에 실렸습니다. 축하 축하 축하. 경남도의원이면서 시인인 백선배는 생김새도, 마음 씀씀이도, 풍류도, 태어난 고향인 덕유산 삼봉산 밑자락도, 모두 모두 모두 향토 향토 향토.

국보, 보물, 인간문화재 말고 고향의 냄새 나는 '향토 인간 1호'로 임명합니다. 양주동도 국보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이헌태가 임명한 '향토인간 1호'. 도의원이라고 상경해서 서울 여의도에서 양복 입은 모습 보니 그래도 영락없는 "촌놈입디다요, 형님"

제 1편. '어머니하고 밤새 웃다'. " 사과 농사짓는 친구 용이 한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삼봉산아래 과수원으로 오란다. 읍내서 육십리 내 살던 동네라. 그러구선 1994.9.11자 소인 찍힌 빛 바랜 봉투 하나 마술처럼 내미는데, 오래된 만원권 지폐 열세장이 곱게 숨어 있구나. 아, 이 무슨 조화인가. 지난 늦가을 아이 둘 서울로 떠난 뒤 방 정리하는 통에 밀려난 서랍장. 원상동 큰길가 식물원 입구에 너댓달 눈 비 맞고 떨고 있더니, 해동하는 봄 날 친구 용이가 사과밭 옆에 두고 작업복이나 넣는다며 밭가로 옮겨 놓고 이것저것 집어넣다 묻어 나온, 어머이돈 십 삼만원 – 돌아 가신지 칠년 – 어이 하라고, 이젠 저으기 내 눈물도 말라가는데---, 입 꾹 다물고 얼굴 들지 못한 채 조심조심 봉투 들고 내려와 윗목에 놓아두고 모자가 부자가 되어 밤새 웃었다"

제2편. '유세장에서'. " 배신자 / 철새 / 이젠 아니야 / 정말 분하다 / 죽일 놈 / 나쁜 놈이라 한다 //나는 언제 꽃이 되나"

제 3편. '타는 속'. " 보는 사람마다 / 얼굴 좋다고 // 태평성대엔 / 찡그리고/ 세상 힘들 땐/ 웃는 이내 속// 타는 속을 알까" 안녕.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2003.12월 28,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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