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시련은 있으나 절망은 없다

지난 12일 친구 신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힘이 하나도 없이 축 처진 허탈한 목소리였다.

탄핵 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고는 다리가 떨려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단다.

아무리 정치라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의 게임이라 하지만 어떻게 국민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저리도 없는지…. 국민들의 분노와 원성을 어찌 저리도 방관할 수 있는지 그저 괴롭고 허탈한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자신밖에 모르고, 자신의 상황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가장 큰 슬픔은 우물 크기만 한 하늘밖에 못 본다는 사실이다.

즉 우물 크기만 한 하늘에 만족하여 그것만이 전부인양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실상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빡빡 우기는 이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결코 놓지 않으려고 꽉 움켜잡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으려 하고, 끝까지 싸우는 삶을 사는가 보다.

이해와 타협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겨야 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독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두 다리 쭉 펴고 잠잘 수 있는 듯 살아간다.

나라 안의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염려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역사에서 늘 그랬듯이 나라가 어렵고 위기에 처해졌을 때 나라를 구한 이들은 정치적 지도자들이 아니라 들풀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민중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일제 강점기 때도 강하게 독립투쟁으로 저항했고,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화 운동을 일궈냈던 이들도 바로 민중들이었다.

길이 끝난 것 같은 바로 그곳에도 길이 있다.

비록 이제껏 익숙해 있던 길은 아닐지라도 길은 분명 우리 앞에 놓여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 각자 마음속에 숨어있는 애국심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에게 시련은 있을지라도 절망은 없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성소담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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