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석유위기와 성장 가능성

만약에 석유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러한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약 150년 전 조선시대로 되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석유로 만든 화학섬유가 없으니까 옷을 만들어 입기 위해서 집에서 옷감을 짜야했을 것이고 석유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없으니 서울로 가려면 몇 날 동안 걸어서 갔을 것이다.

난방용 석유가 없으니까 겨울추위를 피하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했을 것이고 발전용 석유가 없으니 전등이 없어서 밤에 일찍 자거나 아니면 다른 식물기름을 이용한 호롱불을 켰을 것이다.

불과 150년 동안 화석에너지 사용은 수 만년의 인류역사와 세계를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생활방식을 바꾸고 어쩌면 유전인자도 바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에 사람들은 나무, 물, 바람과 같은 생태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무를 사용하여 음식을 하고 집을 짓고 배와 수레를 만들어 타고 다녔다.

그러나 나무는 공공자원으로서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벌목하면서 자라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게 되었다.

나무가 부족해지면서 물과 바람을 이용하게 되는데 물과 바람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원할 때마다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을 가진다.

이 제약으로 사람들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 수 없었고 소규모로 꼭 필요한 물건만을 생산하는 수공업 생산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석유와 석탄의 사용은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면서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계가 발전하고 현대적 자본주의가 나타나고 본격적으로 부가 축적되고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석유와 석탄의 사용으로 사람들의 생활은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되었지만 반대급부로 오염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고 자연과 사람들은 병들게 되었다.

인간성은 금전적으로 평가되고 상품화되면서 사람사이의 관계는 오히려 퇴화되고 있다.

지금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석유의 경쟁적인 채취로 지구상에서 석유는 곧 고갈되며 그에 따라 대량생산과 경제성장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다시 석유가 없는 시대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자연과 사람은 신음하고 병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석유가 없는 시대로 회귀하는데 적응을 못 하기보다는 적응이 가능하더라도 자연의 고갈로 인해 생태에너지 시대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자연과 경제가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할까하는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되어 왔으며 특히, 지속성장가능경제에 필요한 대체적인 에너지로서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지금까지 발전된 기술을 접목하여 태양, 물, 바람의 힘에 지속성과 규칙성을 부여하여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으면서 대량적으로 에너지원을 공급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개인가방을 등 뒤에 메면 하늘을 날아서 서울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석유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도 생활수준이 더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경제에 살면서 지속성장가능경제에 맞는 대안적인 에너지를 생각해 보았다.

지금 우리정부는 에너지원과 경제패러다임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미래에 맞는 대안과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에너지 산업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일관성 있는 대책이 없고 오히려 기존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석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설투자에 쥐꼬리만한 세액공제를 해주거나 시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여 10부제 자동차 안타기 운동을 벌이는 유치한 대책을 또 다시 내놓는 모양이다.

석유수출국기구는 지난주에 원유생산량을 하루에 2천450만 배럴에서 2천350만 배럴로 10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다.

원유생산의 감소에 대한 합의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여름에 원유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중동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정치적인 불안과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인한 원유수요증가, 미국의 원유재고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5달러 선에서 42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며 이로 인해 세계경제는 0.3%정도 증가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석유가격의 상승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출감소와 생산위축을 가져와서 경제성장률이 약 0.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경기침체에서 이제 막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기신호가 완전히 꺼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김 희 호 경북대교수.경제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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