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오히려 편안합니다"

'자연인'으로 돌아갈 처지가 된 17대 불출마.낙선 의원들의 요즘 심경은 낭패감이나 불안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는 생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고 학업을 잇겠다거나 새로운 자리를 얻어 의욕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또 모처럼 꿀맛같은 휴식을 보내기도 한다.

와병중인 부인을 간병하기 위해 총선 출마를 접은 현승일(玄勝一) 의원은 몸담았던 학교(국민대)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부인 송영인씨의 건강도 기적적으로 회복돼 마음이 홀가분하다.

경선 무산에다 낙하산 공천으로 불출마한 김만제(金滿堤) 의원은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설립위원으로 위촉돼 새로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지역의 경제특사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같은 이유로 출마하지 않은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당분간 박사학위(영남대 경영학과) 논문 준비에 전력할 생각이다.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백승홍(白承弘) 의원은 요즘 두문불출하고 있다.

10%에도 못 미친 저조한 득표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또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주위 측근들로부터 한나라당 재입당을 권유받고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충돌했던 강재섭(姜在涉) 의원과의 관계개선 여부가 걸림돌이다.

신영국(申榮國) 의원은 예상치 못한 낙선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후문이다.

깨끗한 이미지로 소신을 지켜왔다고 자부해왔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이들에겐 '훌훌 털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자신이 학장으로 있는 대학(문경대)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공헌할 생각이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김일윤(金一潤) 의원도 자연인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행보를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내리 4선을 안겨준 경주시민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그 일환으로 경주 서부동에 있는 지구당 사무실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구상이다.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박승국(朴承國) 의원은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요즘 근황을 대신했다.

앞서 지난 2월 박 의원은 공천 경합을 벌이던 이명규(李明奎.대구 북구갑) 당선자를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고발했었다.

박 의원은 "얼마전 검찰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이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하더라"며 보선을 기대했다.

"나의 시대적 소명은 끝이 났다"며 불출마한 정창화(鄭昌和).윤영탁(尹榮卓).박헌기(朴憲基) 의원 등 중진급 3인방은 긴 휴식을 보내고 있다.

투병중인 부인 곁에서 병상을 지키던 정 의원은 정작 자신의 몸을 혹사시킨 탓인지 허리 디스크가 도져 입원,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 이후 건국대학교에서 명예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윤 의원은 대구와 국회를 오가며 지역교육 사업에 열을 쏟고 있다.

박 의원도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고향 발전을 위한 일을 찾아 보겠다는 생각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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