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칸영화제 출발 순조...한국영화 열기 상승

12일 오후 (이하 현지 시각) 개막식과 함께 막을 올린 제57회 칸국제영화제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며 14일 3일째 일정에 들어갔다.

당초 비정규직 예술계 노동자들의 영화제 진행 방해 계획으로 우려를 낳았던 이번 영화제는 개막을 앞두고 영화제 측과 노조 측이 막판 타협을 봄으로써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리 도착해 있던 박찬욱 감독 외에도 최민식, 유지태 등 한국 스타들이 속속 도착해 영화제를 찾은 팬들을 만나고 있으며 올해 경쟁부문에 출품된 한국 영화에 대한 현지 언론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는 경쟁부문의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를 비롯해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주목할만한 시선)과 '날개'(서해영·시네파운데이션), '웃음을 참으며'(김윤성·감독주간) 등 단편 두 편을 포함한 다섯 편의 한국 작품이 상영된다.

0...개막식의 레드카펫은 화려한 스타들과 피켓을 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프랑스의 비정규직 배우와 기술자, 뮤지션 등은 정부의 실업 수당 삭감 방침에 맞서 영화제를 방해하겠다고 위협해 왔으나 개막을 몇 시간 앞두고 영화제 측과 극적으로 타협해 레드카펫 행사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지정 극장에서 집회를 가지는 선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날 레드카펫 행사에는 스타들의 드레스와 턱시도 뒤로 'Negotiation'(협상)이라는 알파벳 한 글자씩을 몸에 달고 시위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노동자들의 파업 이외에도 이라크 지역 분쟁으로 인한 테러 위협 때문에 개막식은 경찰 병력 1천명 이상이 동원된 삼엄한 경비 아래 진행됐다.

0...개막식 이후 상영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은 예년의 개막작들에 비해 다소 어두운 작품이지만 과거의 지루한 오프닝을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쁜 교육'은 1960년대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로마 카톨릭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녀에게' 등 감독의 전작들과 다른 분위기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 영화에는 립싱크를 하는 드랙 퀸(여장남자)도 등장하기도 하고 코미디나 뮤지컬적 요소도 들어 있지만 감독은 개막식에서 자신의 작품을 "요부 캐릭터의 남성이 등장하는 필름 느와르 형태로 만드려고 했다"고 발혔다.

'이 투 마마'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가엘 가르시아 버날이 세 가지 다른 역을 맡아 열연했다.

0...영화제 개막과 함께 시작된 칸 필름 마켓은 영화제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고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칸 마켓은 밀라노와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과 함께 세계 3대 마켓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 중에서 한 해 마켓의 시작을 알리는 크고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마켓에는 2천700여 작품이 출품되며 1천400여개의 스크리닝이 마련된다. 한국은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시네마서비스, 미로비전, 등 8개 회사가 부스를 열고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0...올해 영화제의 정치적 화두는 부시와 이라크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논쟁의 중심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는 영화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2002년 칸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무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부시의 테러 전쟁을 비판하고 그와 빈라덴가(家)와의 '추악한 연대'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17일 공식 상영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0...12일 오전 영화제 측은 모두 18편인 경쟁부문 상영작 중 1편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개막일에 경쟁부문 진출이 결정된 경우는 영화제 사상 대단히 이례적인 일. 영화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Mondovino'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캘리포니아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와인 제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0...경쟁부문 진출작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영화제 초반 현지 언론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인 르몽드지는 13일자 신문의 칸 영화제 특집 기사로 홍상수 감독을 전면에 걸쳐 소개했다. '홍상수, 알코올, 섹스, 영화'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홍 감독이 '여자는…'를 만든 계기와 영화관, 작업방식과 이 영화를 완성하기 전 1년간 파리에서 지냈던 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AFP 통신은 '한국 영화 칸에서 높이 날기를 희망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 영화를 아무 편견없이 보기를 바라며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상을 받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홍상수 감독의 이야기를 싣고 있으며 '올드보이'의 줄거리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0...개막에 맞춰 현지에 도착한 박찬욱 감독과 14일 칸에 발을 내디딘 최민식씨는 부인과 영화제를 방문해 부부애를 과시했다. 이날 현재 강혜정과 유지태까지 영화 '올드보이' 관계자들이 모두 칸에 도착했다. '올드보이'는 이날 저녁 기자시사회를 앞두고 있으며 15일에는 공식시사회와 갈라 시사회이 열린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기자회견과 공식시사회는 16-17일로 예정돼 있다.

0...폐막작 '디 러블리'와 비경쟁 공식 상영작 '트로이'를 비롯해 영화제는 주요 부문에 할리우드 영화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올해도 칸 해변가의 밤 하늘은 영화제를 찾은 스타들로 빛날 전망이다.

외신들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카를리스 테론을 비롯해 애슐리 주드, 장만위(장만옥), 소피 마르소, 장쯔이(장자이), 카메론 디아즈, 나오미 와츠, 숀 펜, 닉 놀테, 제프리 러쉬 등이 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샤크 테일'의 홍보를 위해 안젤리나 졸리나 윌 스미스, 잭 블랙 등의 배우들이 칸을 방문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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