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당주인 이수화씨-11년째 노인들 '점심상'대접

20, 30년전 시골 잔칫집에서난 볼 수 있었던 걸판진 사물놀이가 대구 시내 한폭판에서 펼쳐졌다.

18일 낮12시 중구 북성로 대우빌딩 맞은편 동원복어식당. 이 식당에서는 올해로 11년째 중구 성내1동 관내 4개경로당 노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겸 경로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동네 노인들뿐만 아니라 노숙자와 장애인들도 점심을 먹고 선물까지 받아갔다.

동성경로당 김기출(83.중구 성내1동) 회장은 "경로당 할머니 풍물패의 흥겨운 공연을 보면서 정성스레 준비된 음식을 먹고 있으면, 그래도 세상사는 맛이 난다"라고 말했다.

김장원(76) 할아버지도 "이곳 주인은 평소에도 수박, 라면 등을 사들고 경로당을 방문한다"고 맞장구쳤다.

이날 식당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00여명이 들러 점심과 함께 흥겨운 사물놀이 한마당에 흠뻑 빠졌으며 후식으로 수박과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자리를 떴다.

중간에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한 노숙자가 술에 취해 노인들에게 행패를 부렸던 것.

그러나 식당주인 이수화(48.여)씨와 동사무소에서 나온 직원들이 노숙자를 말리면서 곧 진정, 즐거운 한마당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이날 잔치를 연 주인 이씨는 "오빠가 월남전 고엽제 피해자로 고생하는데다 지난 1992년 여동생마저 암으로 죽은 뒤 텅 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라며 봉사활동의 계기를 설명했다.

또 이씨는 "낮은 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참 행복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녀는 봉사활동 10년째인 지난 2002년 시각장애인 무료급식봉사로 보건복지부 장관상, 12월 중구 구민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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