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삼애농장 해결책 인내

"합법적인 경매 절차라지만 집과 전답을 잃은 '한센 가족'들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한센 가족들의 집까지 경매보려는 사람들 욕심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닙니까".

지난 25일부터 김천시 삼락동 법원.검찰 청사 앞에서 경매 철회를 요구하며 연일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천시내 집단양계단지인 삼애농장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이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경매 물건 상당수는 계속 경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취 등으로 인한 잦은 민원때문에 집단 이주가 시급한 실정이라 농장부지 전체 매각을 추진중이지만 이렇게 경매로 집과 전답을 날려버리면 빈털털이가 되는 주민들이 늘어 전체 이주 자체가 힘들죠. 여기 계속 머물러 살 수밖에요". 삼애농장 이원호(68)회장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법원 진입을 시도하는 주민들을 저지하는 경찰도,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곳에 자리잡은 건 지난 1953년. 230여 가구 주민들이 15만여평의 땅을 일궈 집단양계로 생계를 꾸려왔지만 집단폐사 등으로 양계업은 나날이 사양길을 걸었고, 사료값 등으로 인한 부채는 늘어만 갔다.

현재 한국양계농협에 진 채무액은 56억여원 정도. 59건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 이중 17건이 처분됐고 나머지는 경매가 진행중이다.

시내 노른자위 땅이지만 경기부진으로 농장을 통째 사들여 재개발할 업체가 나서지 않으면서 경매로 넘어가 헐값에 처분, 채무.채권자 모두 손해보는 상황이다.

채권자측은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정 때문에 이미 10년 이상 부실채권 정리를 미뤄온 상태고, 경기부진으로 농장 전체 매각도 힘들어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는 입장.

그러나 최근 김천시는 토지공사 등 일부 공공기관과 삼애농장을 놓고 고속철 역세권 개발과 연계한 부도심권 개발 등 부지 전체 매각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곳에 교육청, 세무서, 소방서 등 지역기관 이전 계획을 포함해 신시가지를 조성할 방대한 청사진을 짜고 있다는 것. 박팔용 시장이 내달 8일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방문하기로 돼있는 등 현재 분위기로 미뤄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약간의 인내심을 갖는것도 필요할 성싶다.

채권.채무자 모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lch888@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