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반없는 음악' 디지털 음반시장 급가속음

머지않은 미래, 음악 CD를 사려면 골동품 가게나 중고 물품 시장을 뒤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CD 대신 파일 형태로 앨범을 만들어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발표하는 '디지털 음반'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반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오프라인 음반시장을 대체할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음반업계는 최근 인기 가수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싱글'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온라인 음악시장 규모가 기존 음반 시장을 앞지를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와 비례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디지털 음반이 뜬다

지난달 19일 그룹 '신화'를 비롯해 장나라, 이기찬, 혜령, '버즈', '이브' 등은 각자 신곡 1곡씩을 부른 디지털 음반을 발표했다.

이들의 노래는 SK텔레콤의 모바일 콘텐츠나 인터넷 음악 포털사이트 '에이오디오'(www.aodio.com)를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 음반 제작사인 (주)에이오디오 관계자는 "음반유통의 고질적인 병폐와 음반 홍보의 어려움을 인터넷과 휴대전화라는 새로운 채널로 돌파해야할 시점"이라며 "이제 라디오나 TV를 통해 음악을 접하는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이효리, 이수영, 성시경, 김진표, 세븐, 휘성, '브라운아이드 소울' 등 12명이 참여한 디지털 음반도 이달 초부터 인터넷 사이트 튜브뮤직(www.tubemusic.com)과 SK텔레콤 네이트를 통해 유료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효리는 댄스곡 '클레오파트라', 김진표는 '도깨비나라', '브라운…'은 록그룹 이글스의 '새드카페'를 리메이크해 내놓게 된다.

튜브뮤직은 기존 음반의 곡들은 물론 올해 안에 자체 기획 및 제작한 100여곡의 디지털 싱글 음반을 더 선보일 계획. 업체 관계자는 "완성도 높은 온라인 음악으로 온라인 음반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음반 유통질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쥬얼리가 일본에 발표한 곡들을 국내에서는 음반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유통시키기로 했고 신예 R&B그룹 '브이오에스(V.O.S)'는 지난 3월 아예 음반 없이 첫 번째 디지털 싱글 '소중한 사람을 위해'를 발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편 지난달 22일에는 라틴 댄스 가수 '올리버'가 세계 최초로 CD가 아닌 MP3 플레이어 형태의 앨범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MP3 플레이어가 가수 이름인 '올리버'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MP3 플레이어 포장박스가 앨범 재킷이 되며 박스 안에는 설명서, 가사집, 사진 등이 포함되는 독특한 형태이다.

◇디지털 음반, 어떻게 될까

이미 노래방 반주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태진미디어와 금영이 디지털 음반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태진미디어는 지난달 초 음악사이트 '두밥'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15억원을 투자해 온오프라인 음반 및 음원 제작을 담당할 음악기획사 '노랑잠수함'을 설립했다.

태진미디어는 '노랑잠수함'을 통해 디지털 싱글 음반 제작에 직접 참여할 방침이다.

경쟁사업자인 금영도 최근 자회사인 에이온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음악 사업을 발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에이온미디어는 휴대전화 벨소리, 통화 연결음 등 기존 모바일 음악 서비스 외에도 최근 '플레이 뮤직'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설립해 지난달 19일부터 모바일 싱글 음반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싱글은 극심한 음반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음반판매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음악=공짜'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중음악 관계자는 "CD에 애착을 갖는 이들이 아직 적지 않고 디지털 음악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여전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디지털 싱글의 성공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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