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 대현동 한 골목. 성미경(41·여·대구 북구 복현동)씨의 짐칸이 달린 오토바이에 시동이 걸렸다. 덜커덕거리며 달린 오토바이는 20분쯤 뒤 짐칸에 할머니 한 분을 태우고 돌아왔다. 다리가 아파 병원에 치료받으러 간 이웃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 온 것.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 오토바이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싣고 골목을 누빈다.
주민들은 이런 그녀를 '동네 119'라 부른다. 누구라도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기 때문이다. 대현동을 비롯한 동대구시장 일대에서 성씨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주민 김종석(70)씨는 "노약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며 "내 부모 섬기기도 꺼리는 세상에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여러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고 했다.
성씨가 어려운 이웃의 벗이 된 건 3년 전. 월드컵 열기가 한창 뜨겁던 그 즈음이었다고.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런 힘이 보태진다면 소외된 이웃에게도 작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성씨는 그런 마음을 바로 실천에 옮겼다. 가진 것이 없다 보니 내놓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부업을 시작했다. 적지만 번 돈으로 쌀을 사서 결식아동이나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나눠줬다. 오토바이는 어른들의 손발이 됐다.
그리고 하루 10원씩 희망을 보태줄 후원자를 찾았다. 하지만 모든 게 마음만 같지는 않았다. 당장 남편의 반대에 부닥쳤다. "형편도 어려운데 남을 도우러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던 거죠."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몰인정하지만은 않았다. 한 달에 500원, 1천 원씩 남을 위해 도우려는 후원자가 한두 명씩 늘어 지난달에는 245명이 정성을 보탰다. 모인 성금으로 연탄이며 쌀 등을 사서 가진 것 없는 이웃에게 나눠줬다.
얼마 전에는 딸을 시집보내고 홀로 사는 할머니를 찾았다. "동사무소에서 주는 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그 할머니는 기름을 아낀다며 불도 켜지 않은 차가운 방에서 허름한 이불로 겨울을 지내고 있었어요." 성씨는 주머니를 털어 전기장판을 사주고 돌아왔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주위에는 너무나 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외된 이웃을 볼 때면 성씨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십시일반 돕는다면 적어도 밥을 굶는 사람들은 없어지겠죠." 성씨의 작은 바람이 차가운 겨울을 녹이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오토바이를 개조한 자가용에 성미경씨가 몸이 불편한 이웃할머니를 싣고 달리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