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장은 언제나 흥분의 도가니였다. 관객석 앞쪽의 소녀들은 거의 다 흐느끼거나 울부짖었고 더러는 비명을 지르다 졸도하기도 했다. 엘비스가 1977년 4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은지 30년이 가깝지만 지금도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의 저택 그레이스랜드에는 세계 각국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묘소엔 꽃이 시들 틈이 없다.
◇ 인기스타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사람들에게 큰 슬픔과 상실감을 갖게 한다. 청춘의 우상 제임스 딘이 1955년 겨우 24세의 나이에 자동차사고로 죽었을 때도, 세기의 연인 마릴린 먼로가 1962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죽었을 때도 지구촌이 뒤흔들렸다. 작년, 마흔여섯의 홍콩 스타 장국영의 투신자살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 인기스타 이은주의 자살 소식에 온 국민이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 청순한 용모에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가 구만리 같은 앞날을 두고 스물다섯 꽃같은 나이에 지고 말다니... 그 젊음이 아깝고, 재능을 다 펼치지 못한 채 떠나간 짧은 삶이 안타까워서 자기 가족의 일마냥 가슴아파 하고 있다. 가히 '이은주 쇼크'라 할 만하다.
◇ 그녀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으로 밝혀지면서 새삼 우울증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20% 정도가 일생에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는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더구나 우울증은 단순한 마음의 병 정도가 아니라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뇌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 이상에 따른 심각한 질병이라 한다. 온갖 압박감으로 피로도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 그 누구도 우울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더욱 남의 일 같지 않다.
◇ 흐리고 비오는 날엔 누구라도 조금씩은 우울해 지기 쉽다. '비오는 날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 그런 감정은 일시적이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지만 스스로 회복하게 된다. 침울한 기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회복력을 잃었을 때는 적신호가 켜졌을 때다. 그러나 우울증은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다만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며, 스스로도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애써야 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라도 등을 기댈 수 있는 '벽'이 누구에게나 한두가지씩은 있게 마련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