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29)정신질환에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최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은 '자살과 우울증'에 대한 세인을 주목시켰고, 영화 '말아톤'의 흥행은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정신질환. 이 네 음절을 곱씹으면 기자의 머리 속에 여러 단어들이 떠오른다. 우울, 분열, 공포, 소외, 기피, 분노, 그리고 외면, 포기, 무관심이다. 앞의 여섯 단어가 정신질환 자체에 대한 것이라면 뒤의 세 단어는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에 대해 갖고 있는 좋지 못한 태도이다.

지하철 방화 참사로 대구가 한없는 고통과 눈물에 시달리던 때의 일이다. 당시 일부 언론들은 방화범이 정신질환자라고 보도했다가 다시 정신질환자가 아니라고 번복했다. 때늦었지만 기자는 당시 범인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뇌병변장애인이며 정신질환자가 아니란 점, 잘못된 보도로 인해 정신질환자나 가족들이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로 마음의 고통을 받게 됐다는 점 등을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기사를 보고 일면식도 없는 정신질환 가족 모임의 대표가 기자에게 꽃 바구니를 보내 왔다. "늘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숨죽이고 지냈는데 우리를 이해해 주는 글을 실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전화와 함께.

최근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안전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증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 126곳인 정신보건센터를 오는 2008년까지 246곳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자살위기 상담전화'의 활성화를 위해 전담요원을 배치하고 저소득층 정신질환 치료비의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조기발견으로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을 주요 자살예방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자살사망률을 줄이고 우울증 상담치료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필요하면 대중매체와 지하철을 이용한 공익광고와 4월 1~7일을 '정신건강주간'으로 선포해 우울증 무료상담 행사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보건정책이 성숙해 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공동체'란 단어를 생각해 본다. 가진 자는 나눠주고, 힘센 자는 약한 자를 일으켜 주고 , 많이 배운 사람은 앎이 짧은 사람에게 지식을 나누고, 건강한 사람은 병약한 사람을 보살펴 주는 것. 이런 것들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외면, 포기, 무관심은 정신질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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