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연수 직후 바로 맡은 경상북도 국제통상과장 직이었다. 짐도 채 풀기 전에 불거진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 도발로 직원들과 밤잠을 설치며 성명서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독도를 온전히 우리 후손들에게 넘겨 주어 역사적 죄인으로 남지 않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고민했다. "아빠 독도 지켜 주세요"라고 두 아들이 응원할 때가 가장 큰 힘이 됐다.
미국에 있을 때 매사추세츠주 뉴 베드포드에 있는 고래박물관(Whale Museum)을 방문한 기억이 난다. 거대한 고래뼈 화석과 함께 세계지도가 눈길을 끌었다. '동해'라는 표기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박물관을 다녀온 후 '동해'(East Sea)를 병기해 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큐레이터 책임자는 답장을 통해 과거 19세기에 한국의 고래 연구나 포경산업에 관한 자료가 전혀 없고 그 당시 고래잡는 사람들에게는 일본해로 불렸다는 등의 이유로 고칠 수 없다고 전해왔다. 일본은 이처럼 자료를 잘 보관하는 민족이다. 과연 냉혹한 국제사회는 독도 분쟁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냉정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까지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독도는 절대로 분쟁지역이 아니고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맞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껏 이 전략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일본은 표현 수위와 빈도를 높이고 있으며, 치밀한 전략으로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듯하다. 일본이 영토의 무단점거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의 입장이 너무 무사안일한 대응이 아니냐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반박이다.
독도 관련 기초자료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고 우리의 홈페이지에서 외국어 서비스조차 업데이트가 잘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외무성 홈페이지는 독도를 지금도 자기 영토라고 홍보하고 있고 이제는 한술 더 떠 독도 그림뿐만 아니라 독도를 편입한 지도를 정식 교과서로 채택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경상북도는 공세적 맞대응으로의 정책을 바꾸고 독도를 지키기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 정책을 수립했다. 특히 울릉도에 독도해양과학연구기지를 만들어 독도박물관과 연계해 독도 주변 해저광물이나 생태자원 조사를 벌이고 국제사회로부터 한국 영토로 공인받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지속적인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성공하려면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있어야 한다.
독도에 있는 우체통에 실제 편지가 가득 차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도 밤잠을 설쳐가며 수고하는 독도경비대원과 등대요원에게 경의를 표한다.
경상북도 국제통상과장 김남일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