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만 리모델링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시장에서도 리모델링 바람이 한창이다.
큰 돈 들여 가게를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말이 아니다.
간판이나 상호를 바꾸고 가게에 알맞은 귀여운 캐릭터 하나만 갖다붙여도 매출·순익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번 주 창업면은 창업가의 리모델링 현장을 찾아봤다.
실제로 작은 변화가 태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매출 급락에…
대구 성서공단 내에서 '속시원한맛 감자탕'을 운영하는 권성호(38)씨. 2002년 가을 현재의 자리에서 개업한 그는 창업 이후 하향곡선만 그리는 매출을 보고 혼자 속앓이를 해왔다.
개업 초반 월평균 2천400만 원에 이르던 매출이 몇달 만에 1천800만 원으로 600여만 원이나 떨어졌던 것.
"죽전네거리에서 25평짜리 감자탕집을 운영하며 착실히 돈을 모아 76평으로 확장개업했는데 답답했죠. 처음엔 속만 태웠습니다.
맛은 자신 있었는데 이상하게 매출이 부진했어요. 원인을 찾지 못하니 속이 더 탔습니다.
"
그는 수소문 끝에 전문 컨설팅업체 도움을 얻어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광주시에서 눈에 띄는 간판을 발견했다.
"고등어집이었는데 간판에 고등어 한 마리만 캐릭터 형태로 덜렁 그려놨어요. 상호는 콩알만하게 써놨구요. 장사가 굉장히 잘되는 집이었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거구나 하고요."
전문업체에 의뢰, 100만 원을 주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자신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캐릭터. 캐릭터를 넣은 간판으로 바꾸고 유리창마다 캐릭터를 붙였다.
총비용은 700만 원가량 들었다.
그때가 지난해 12월.
"내심으로는 의심을 많이 했어요. 가뜩이나 매출이 내려앉는데 700만 원이나 투자하려니 가슴이 아프죠. 결과도 확신할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
불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캐릭터 작업을 끝낸 직후부터 월평균 매출은 3천500만 원으로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지난해까진 단골이 뻔했습니다.
감자탕 특성상 30대 이상 아저씨들이죠. 그런데 리모델링을 끝내니 여자손님은 물론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고객들이 줄을 이었어요. 차를 타고 지나가다 자녀들이 캐릭터를 보고 '저 집에 가보자'며 우겨 들어왔다는 손님도 많습니다.
"
그는 맛만으로는 식당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모든 식당이 다 '맛있는 집'이기 때문. 조금씩이라도 끊임없이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귀띔했다.
053)583-7077.
◆폐업 일보직전에…
손동진(39)씨는 임대료 비싸기로 소문난 대구 동성로에서 지난해 여름 40여 평 규모의 퓨전 분식집 '토마토 친구'를 개업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성당시장 등지에서 분식집을 운영해 '한 맛 한다'는 그였다.
틀에 박인 분식집에서 벗어나 그는 25가지의 다양한 메뉴를 도입하고 일본식 스타일도 가미, '퓨전'에 근접하려 노력했다.
1억5천여만 원에 이르는 큰 돈을 투자하고 월세도 300만 원 이상 내기로 했다.
초반 매출은 월 평균 2천만 원. 그런데 개업 이후 순익이 거의 없음을 발견했다
식재료, 임대료,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메뉴가 많아 13명까지 일손을 써야 했고 식재료비도 많이 든 탓이다.
"아차 싶었죠. 그런데 그때는 이미 늦었어요. 결국 반년도 못 버티고 가게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권리금에다 인테리어비 등 1억여 원을 고스란히 날릴 지경이었죠."
가게를 쉬면서 약점을 정리해봤다.
우선 메뉴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떡볶이로 메뉴를 단일화했다.
그대신 손님들이 직접 식탁에서 조리해먹을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가게를 알리는 방법이었다.
'토마토 친구'라는 상호를 '내짝꿍'으로 바꿨다.
전문업체에 의뢰, '내짝꿍'이라는 상호에 맞는 캐릭터도 만들었다.
그리고 가게 내외부에 붙였다.
지난달 초, 새 출발한 '내짝꿍'에서 리모델링의 힘은 컸다.
지난달 월 3천만 원의 매출을 쏘아올리며 흑자가게로 탈바꿈했다.
찾는 손님 연령대도 10, 20대에서 30대로 다양해졌다
메뉴를 단순화한 만큼 인력도 하루 최대 네댓 명이면 충분했고, 식재료 원가도 크게 줄었다.
당연히 이익률이 급신장했다.
"제가 시장에서 분식집을 할 때는 만들면 다 팔렸어요. 저는 가게를 시작할 때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리모델링 같은 건 생각도 못했어요. 이제 작은 분식점일지라도 '변화'의 요구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걸 깨우쳤습니다.
" 053)424-5142.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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