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스쿨 놓고 지역 대학들 골머리

정부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기획추진단이 21일 연합형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개설학교를 10개 안팎으로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의 로스쿨 유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로스쿨 유치가 사실상 힘든 대학들은 로스쿨 설치 일정, 설치 조건 등 로드맵이 확정됨에 따라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고 두 개 이상의 대학이 연합형태로 로스쿨을 추진했던 지역 대학들은 학교 명운을 걸고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 할 처지다.

경북대와 영남대는 별도로 로스쿨 추진단을 구성하고 명운을 건 유치전을 펼쳐왔지만 대구·경북에 1개의 로스쿨이 설치될 경우 최종에는 연합형태로 로스쿨을 추진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두 대학은 법대만의 존폐문제가 아니라 매년 수백~수천 명에 이르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게 돼 대학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로스쿨 설치가 대학의 성쇠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총력전을 펼쳐왔다.

두 학교는 동문 법조인은 물론 법조 명망가와 동문 정·관계 고위인사를 총동원한 추진위원단을 구성하고 시설확장, 교원기준 등을 충족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경북대의 경우 올해 기성회비에서 30억 원 등 내년까지 60억 원을 들여 로스쿨 유치를 위한 건물 및 모의법정 확보를 준비해왔고 실무법조인을 교수요원으로 확보했었다.

영남대도 기존 법대 건물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시설 준비를 추진하고 국내외 법률 전문가를 교수진으로 초빙하는 등 시설 및 교원 투자에도 정성을 기울여 왔다.

공동유치를 불허하는 사개추위의 방침에 따라 탈락하는 대학은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김석태 경북대 법대학장은 "정원을 늘리더라도 지역에는 1개의 로스쿨이 설치되고 연합형태를 허용치 않는다면 경쟁학교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탈락한 대학은 법대뿐만 아니라 대학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6개 중소국립대와 연합추진을 해왔던 안동대도 사실상 로스쿨 유치가 힘들어졌다. 7개 대학이 연합추진에 합의하고 대학별 학생 수와 특화분야, 화상회의 등 대책까지 마련해 둔 안동대 등은 로스쿨 유치를 포기하거나 전략수정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안동대 법학과 이기종 교수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인가를 해 주는 것이 옳고 법조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 입학정원을 1천200명선으로 하는 것은 기회균등의 원칙에 벗어나 위헌의 소지도 있다"며 "입학정원을 2천 명선으로 늘리고 학교별 정원을 줄이면 설치대학이 늘어나 지방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학부가 있지만 전국 97개 대학 가운데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하는 대학은 법대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생존을 모색해야 할 입장이다. 지역에서도 계명대, 대구대 등 일부 대학 법대교수들은 로스쿨 유치에 소극적인 대학 측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법대 진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법대를 유지할 경우 일반 교양과정으로 운영하거나 보험, 부동산, 세무 등 법률 관련 특정분야로 특화하거나 관련분야 실무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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