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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공부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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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들이 아카시아꽃으로 마치 눈 온 듯하다.

코끝을 스치는 아카시아꽃 향기는 아련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시골에서 자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철철이 온갖 들꽃들이 피어나는 봇도랑을 따라 한 오리 남짓한 등하굣길을 걸어서 다녔다.

이맘때이면 그 길은 아카시아꽃 천지였다.

하굣길에 나른해진 우리들은 아카시아꽃을 한 움큼 따서 꿀을 빨거나, 가위 바위 보로 꽃잎을 따 진 녀석에게 꿀밤을 먹이는 놀이에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학원 갈 걱정도 숙제 걱정도 않고 대자연의 넉넉한 품에서 마냥 뛰어노는 게 일과였다.

계절의 바뀜과 더불어 절로 자라고, 그렇게 순박하게 청소년기를 보낸 듯하다

며칠 전 일찍 퇴근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딸아이에게 "아빠랑 데이트 가자. 아카시아꽃이 만발하여 향이 좋더라"했더니, 즉시 "안 돼 아빠, 학원 가야 돼"라며 간단히 거절이 돌아왔다.

곧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는 딸아이의 처진 어깨가 그날 따라 왜 그리 측은해 보이던지….

수능점수만이 행복과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딸아이에게는 늘 "공부 좀 열심히 해라" 타령이다.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집집마다 '공부타령' 일색이지만, 주위에서 제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불평불만만 많은 '전문바보'(한쪽으로만 불균형 되게 발달된 전문인)들이 늘어만 가는 건 무슨 까닭일까? 우리 아이들을 오로지 공부타령으로, 공부조차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도록 키운 탓이 아닐까. 나부터 딸아이를 스스로는 아무 것도 못하는 '골치 아픈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딸아이가 인생을 풍부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골치 아픈 존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목하 고민이다.

이제 공부타령은 그만두고 매사에 감사함을 알도록 예의와 겸손 타령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자기 일 스스로 챙기기 타령을, 민요나 서정시 몇 편을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 것 배우기 타령으로 바꿀까 한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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