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길을 묻는다-차정록 차선생아카데미 원장

요즘처럼 불경기가 길어지고 취업난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땐 학원 강사가 되거나 학원을 차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고들 한다. 그러나 예전의 학원 강사들은 구구절절 사연이 많다.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이는 드물다. 대구 범물동에서 차선생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차정록(42) 원장도 마찬가지. 용돈벌이 삼아 시작한 과외가 유명세를 타자 이런저런 곡절 끝에 학원가에 뛰어들었고, 2000년에는 대구에 몇 안 되는 과학 전문 입시학원까지 열었다.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섯 시간 공부해서 한 시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는 그에게 중'고생들의 과학 공부에 대해 물었다.

- 7차 교육과정 도입 이후 과학이 쉬워졌다는데.

▲ 종전에 과목별로 Ⅰ, Ⅱ를 모두 해서 8개 과목을 공부하던 데 비하면 학습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교육당국의 의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학원 수강생도 많이 줄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학습 내용까지 줄어들고 수능도 쉽게 출제되다 보니 대학에서 내신과 수능 성적을 신뢰하지 않는 게 문제다. 실수 여부가 시험의 가장 큰 변수가 된 것도 불합리한 점이다.

-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다소 어려웠다고 하는데.

▲ 표준점수의 불합리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올해는 수능 과학이 어렵게 출제될 여지가 있다.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능 출제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모의고사 점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자만심을 갖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 모의고사는 수능 출제 경향과도 맞아떨어지지 않으므로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모의고사를 잘 치는 학생이 수능도 잘 치지만, 모의고사 못 치는 학생 중에도 수능 점수가 좋은 학생이 많다. 모의고사 점수에 따라 선택과목이나 공부 방법을 바꾸는 건 좋지 않다.

- 학교 시험은 어떻게 대비하나.

▲평소 공부가 필요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학원 다니는 습관이 든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학원에서 알아서 해 주겠지' 하며 타성에 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위권 학생들은 시험기간 학원 휴강을 원한다. 자신의 계획에 맞춰 공부에 몰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하려면 이런 자기관리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수능은 학교 시험과 여러모로 다르지 않은가.

▲수능 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과 탐구 과정을 얼마나 이해했느냐이다. 단원마다 대개 3, 4개의 개념이 나오고 뒷부분에 탐구 분석이 나오는데 이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 후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문제 유형에 대한 감을 잡아 준비하면 무난하다.

- 실생활 관련 문제나 신유형 등은 까다롭다는데.

▲수능시험 초기에는 참신한 문제들이 많았는데 10년이 넘다 보니 문제 유형에 대한 분석이 많이 돼 있다. 학생들도 이런 부분을 체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처음 보는 유형이 거의 없다. 그런 문제를 개발해야 하는데 쉽게 출제하라거나 EBS 강의를 반영하라는 등의 지침 때문에 잘 안 된다고 한다.

-난이도가 대단히 높은 대학별 고사 대비책은.

▲ 실제로 상위권 대학의 기출문제들을 보면 학생들이 풀기에 벅찬 문제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서울대의 경우 고교 교과를 바탕으로 해서 대학 교재를 고교 수준으로 풀어서 출제하는데, 일부 대학은 대학 교재를 그대로 원용한다. 잘못된 것이다. 어쨌든 상위권 대학별 고사 대비는 대학 교재를 구해 보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학생들에게 부담이 크지만 요즘은 고교 1학년 때부터 대학 교재로 공부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 2008학년도 입시를 두고 대학별 고사 이야기가 많은데 마찬가지다. 이미 논술과 심층면접, 적성검사 등이 많이 치러졌으므로 이를 통해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일찍부터 대학 교재 수준의 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어려운 과학 용어나 자주 보이는 시사용어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하나하나 모아두면 좋은 공부거리가 된다.

-과학이나 수학 선행학습에 대한 생각은.

▲ 일찍 공부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선행학습은 극히 주의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유행처럼 선행학습을 시키는데 학원들이 학부모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한 측면이 있다. 정상 진도가 끝난 학생들을 계속 수강시킬 수 있는데다 시험을 안 치니 책임감이 없어 학원 입장에선 선행학습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데 학생들은 나중에 학교에서 해당 부분 진도를 나갈 때 이미 들었으므로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게 문제다. 처음에 제대로 공부를 못해 놓친 부분은 시간이 가도 보충이 잘 안 된다.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와도 공부를 덜 했기 때문이라거나 실수를 했다거나 하면서 핑계를 대고는 계속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한 차정록 원장은 과학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고교 때부터 대학 교재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시험과 수능의 난이도가 낮다 보니 대학별 고사가 그만큼 어려워진 현실이라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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