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대와 여성

'폭력'이란 말은 단순하면서도 난해하다.

원래는 '난폭한 힘'의 뜻이지만, 물리적으로 난폭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다 폭력이 된다.

그렇게 보면 군대는 정말 '폭력 천지'다. 일단 유사시 '살인 병기'가 되는 것이다.그 조직에서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다. 적을 향해야 할 총부리가 침상의 전우에게로 향했다. 수류탄까지 작렬했다. 여러 명이 죽었다.

인터넷에서는 '언어폭력도 폭력이냐'라는 의견이 많다. '고참이 욕 좀 했다고 폭력이면 째려보는 것도 폭력이고 모포 개키다가 발등에 떨어뜨려도 폭력이고, 밀대 밀다가 물 튀어도 폭력 아니냐. 그러면 모두 일어나 완전무장하고 총질을 해대야 할 일 아니냐'. "야, 너 물 튀었어? 그래 크레모아 맛 봐라", "어, 째려봐 총 어딨어?", "여기 있던 수류탄 누가 치웠어?"... . 본질을 떠나 희화화된 측면이 있지만, '언어폭력'이란 말로 느끼는 개인차를 잘 전해주고 있다.

군대에서 '언어폭력'이 폭력이면 '성폭력'은 정말 가혹하다.고참이나 동기는 물론 부모나 친구에게 조차 말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속앓이'가 시작된다.

영화에서 군대내 성폭력을 그린 작품으로 '장군의 딸'(1999년)이 있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조 캠벨 장군. 그는 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거물이다. 그녀에게 딸이 있다.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미국 육사 출신으로 아름다운 엘리트 여군 장교이다.

어느 날 연병장 한 가운데서 그녀가 나체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배후를 조사하던 중 그 예쁜 장교가 변태적인 섹스 머신이었던 사생활이 드러난다. 아버지 측근에 있는 모든 병사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아버지와 어떤 악연이 있었던 것일까. 그 미스터리는 육사 재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 훈련 중 그녀는 남자 동기들에게 잔인하게 윤간 당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와 군의 권위를 위해 이를 묵인, 은폐시켜 버린다. 아버지에게 당한 배신을 갚기 위해 그녀는 타락을 선택한 것이다.

'지 아이 제인'의 데미 무어는 끊임없이 추근대는 남자 대원들 사이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성적인 자극을 없애기 위해 머리까지 박박 밀었지만, 튀어나온 가슴은 어쩔 수 없었던 일. 전쟁은 남자만 해야 한다는 부대 내 분위기는 그녀를 탈락시키기 위해 갖가지 회유와 폭력을 자행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전쟁의 사상자들'에서 마이클 J. 폭스는 월남여인을 강간하고 잔인하게 죽인 동료들과 대결한다. 정의감에 불타는 그는 목숨을 걸고 군대라는 이름으로 성 폭력을 자행한 군인들을 고발한다.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은 성적 에너지로 '충혈'된 해병대원들이 미친 여인을 차례대로 윤간하고, 또 버리는 비정함을 그려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가공할 폭력이 치를 떨게 한다.

거기에 '언어폭력'까지 가세했으니, 정말 '폭력의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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