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말이죠, 엄마랑 나랑 첫 소풍날이예요."
3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우방타워랜드. 초등학교 2년 이보경(9)양의 눈망울엔 행복이 가득했다. 난생 처음 엄마(38)와 함께 한 소풍. 벌써 8년째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우고 있는 엄마다. 수족관에서 물뱀, 펭귄, 악어, 상어 등을 구경하고, 놀이기구에 올라 '악' 비명도 질러보고…. 엄마가 지켜 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풍날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제발 소풍 한 번 가자고 밤새 조르는 거예요. 일이 바빠서 계속 미루기만 했지만 이번 만큼은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보경이네는 '주말 모녀'다.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엄마는 경남 거창에서 식당일을 한다. 일요일만 빼고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쉼없이 일하느라 그 흔한 가족 나들이 한 번 떠나지 못했다.
모녀의 첫 번째 소풍은 지난 5월 개관한 달서구건강가정지원센터가 가정복지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한 것. 센터는 3일 한부모가정 등 달서구 신당, 월성, 학산초교 가정 57쌍을 우방타워랜드에 무료 초대했다.
달서구내 한부모 가정은 모두 1천873가구. 모자가정(1천621가구)이 대부분이지만 부자가정(252가구)도 적지 않다. 한부모가정의 가장들은 대부분 넉넉치 못한 살림에 혼자 생계를 책임지느라 가족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처지다.
아픈 '엄마, 아빠'를 대신해 두 몫을 혼자 떠 맡아야 하는 '아빠, 엄마'들에게도 가족 나들이는 '사치'다. 3일 우방타워랜드에서 초교 4년 아들(12)과 첫 소풍을 함께 한 이연호(44)씨. "저건 가재고 이건 새우야, 저기 대합도 보이네." 수족관에 들른 이씨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더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거동이 불편해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아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일을 계속할 수 없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라 여태 놀이 기구 한 번 태워주지 못했어요. 드디어 오늘, 소원을 풀었습니다."
이씨의 아내는 근육이완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아들을 낳고 해마다 3, 4kg씩 몸무게가 빠져 이젠 3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씨 역시 천식을 앓고 있는 3급 장애인.
지금까지 정부 복지 정책은 개인 단위의 생활비 지원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모든 복지의 출발점은 바로 가정.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초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 전국 시·도마다 건강가정센터를 설립하고 가정 단위의 첫 복지 서비스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대구 가정 복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 서울시는 올해만 10개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추가 설립하고 있지만 대구는 달서구 단 하나뿐이다. 서은주 달서구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모든 가정 문제의 예방, 치료, 상담사업을 추진한다"며 "건강가정지원센터라고 하면 아직도 무슨 보건소쯤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다 많은 가정들이 센터를 찾아 행복한 가족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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