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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골-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윤동주(1917~) '소년'

점차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 가을에 윤동주의 시 한 편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윤동주! 그는 불안과 혼돈의 먹구름으로 가득하던 식민지의 어두운 세월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결연히 다짐하며 맑고 정한 삶을 살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식민지의 독한 손톱은 그를 모질게 할퀴어 마침내 해방도 못보고 쫓기듯 세상을 떠난 비운의 시인이었지요. 파란 가을 하늘에서 물감이 묻어날 것 같다는 손금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의 강물, 첫 사랑의 슬픈 기억 따위를 읽어내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마찬가지로 가슴속에 깊이 갈무리된 옛 추억의 실루엣을 떠올리며 함께 공감할 수 있겠지요. 가만히 귀기울여 보십시오. 이 작품을 통하여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는 겸허한 삶을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로 들려주는 시인의 목소리가 너무 처연하지 않습니까?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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