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유치, 고용촉진·관광발전의 획기적 전기

전문대학 졸업 후 2년간 직장을 찾아 헤매다 '백수' 소리를 듣기 싫어 지난해 경주의 한 4년제 대학에 도피성 편입학을 한 김정훈(27·익명)씨는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두번째의 대학졸업이 무섭기만 했다.

또다시 구직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려 온 김씨. 하지만 지난 2일밤 방폐장 경주유치가 결정되면서 김씨는 희망의 싹을 찾았다. 당장 내년부터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스스로의 기대때문.

5일 현재 노동부 경주고용안정센터에 등록돼 있는 경주의 사업장은 모두 5천218개로 이들 업체의 근로자는 일용직 등 비정규직을 합쳐 4만1천263명이다. 28만여 명의 인구가 있는 도시 규모로는 턱없이 적은 업체다.

경주경제가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고용의 취약성에서 기인한다. 국내 도시 가운데 각각 근로자 평균 연봉 1, 2위를 차지하는 울산과 포항 사이에 끼여 산업인력 및 인재를 빼앗기고 이들 지역민들의 배후 주거지로 전락한 것이 경주의 자화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성자가속기와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등을 동반하는 경주시의 방폐장유치는 경주는 물론 동해안 지역경제에 확실한 체질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구 경주고용안정센터장은 "올들어 지금까지 구직자 3천500여 명 가운데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1천200여 명에 그쳤다"면서 "방폐장이 3만명 가까운 고용유발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지역의 고용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방폐장은 또 경주시 재정 및 경제수지개선에도 개선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003년 경주의 총생산(GNP)은 4조원, 같은해에 거둬들인 지방세 1천440여 억원이었지만 지역에 떨어진 시세(市稅)는 788억여 원에 불과했다. 특히 시민 1인당 총생산(GDP)은 1천337만9천원으로 경북도민 전체 평균 1천455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방폐장 유치로 경주지역은 포스코와 엇비슷한 21조 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한수원 본사와 상당수 협력 하청사의 연쇄 이전에 따라 GNP, GDP, 세수 증대는 물론 신규고용 창출을 통해 이웃 울산, 포항에 근접하는 산업도시로의 변모를 꿈꾸게 됐다.

황대원 경주상의 회장은 "방폐장 유치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이를 경주 경제 상승효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시와 상의의 역량을 모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치권, 경제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또 경주시는 방폐장이 있는 일본의 로카쇼무라시와 스웨덴 포스마크시가 연평균 7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듯이 경주 방폐장에도 수백만명의 관광객 및 방문단이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동해안 관광 및 경제활성화로 연결시키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팀을 가동키로 했다.

인근 포항도 경주를 기대섞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이익은 경주의 몫이 되겠지만 포항시에도 상당한 부가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전망때문.

포항상의 관계자는 "경주의 '방폐장 효과'는 포항의 소재산업과 소비산업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순태 포항시 지역경제과장은 "경주에서 진행될 대형 공사는 포항의 주력산업인 철강업의 신규 수요 창출 효과로 이어지고 포스코는 설비, 플랜트 분야에서, 노동시장에서는 일거리 창출효과로 포항경제에도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내년부터 가시화될 경주지역 경제성장은 에너지 부문에서 고리-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으로 이어지는 벨트와 함께 울산-경주-포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벨트의 탄생을 예고하는 점에서 동해안 주민들이 거는 기대는 꿈이 아닌 현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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