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관객모독' 마루 공연

연극이 영화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관객과의 교감이 있다는 점이다. 관객은 배우의 동작 하나 대사 하나에 집중하고 배우의 역량에 따라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직접적인 감정동화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관객은 연극 진행의 부수적인 요소일 뿐 직접적인 연극의 주연은 아니다.

극단 이송희레퍼터리가 20일까지 소극장 '마루'(대백프라자 건너편)에서 공연하고 있는 '관객모독'이란 작품은 이와 달리 관객을 연극 속으로 직접 끌어들인다. 독일 극작가 페터 한트케가 1966년 프랑크푸르트의 투름 극장에서 초연한 뒤 줄곧 논란이 됐던 이 작품은 기존의 전통극을 부정하고 나섰다. 언어연극의 진수를 보여준 '관객모독'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막이 오르면 텅 비어 있는 무대에는 특별한 소도구도 없다. 조명 또한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무대로 나오지만 관객에는 관심을 두지도 않고 제멋대로 '지껄이다가' 욕을 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후반 20분 여를 남겨두고 배우와 관객 사이의 무대는 그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다. 욕설과 대꾸가 오고가며 객석으로 물벼락이 날아가며 '관객모독'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1977년 국내 초연에서는 당시 배우들의 욕설에 분노한 관객들이 조명과 유리창을 깨는 등 난장판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하는 연극, 배우들이 말을 시키고 욕을 할 때 관객들은 함께 대든다.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지고 배우와 관객들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줄거리 속에서 하나가 되며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극단 측은 지난 7월 '극단76단'이 양동근 등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작품과 다른 '삶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관객모독의 장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송희레퍼터리는 어떻게 관객들을 모독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이송희, 조영준, 이해언, 윤철준 등이 출연한다. 평일 오후 7시 45분. 주말 오후 4시·7시. 1만2천 원. 053)256-2216.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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