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기술혁신, 정보통신 기술 발전, 세계화는 더 싸고 (Cheaper), 더 좋고 (Better), 더 빠르게 (Faster)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한다.

필자는 최근에 중국 출장을 가서 현지 기업인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점점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제조설비의 규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인쇄회로기판의 표면실장라인 (Surface Mounted Technology Line)을 10개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상대방은 "이 근처에 그 라인을 100개 이상을 가진 회사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입이 딱 벌어져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이렇게 대형화하고 있는 중국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해보고 어떻게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경영자이든 제조설비를 대형화하고자 하는 것은 항상 느끼는 유혹이다. 그러나 고객의 발굴과 자금의 확보가 숙제이기 때문에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설비를 대형화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에 고정비의 배분율이 낮아져 판매가격을 인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울러 첨단화된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원자재 대량구매에 따른 구매단가 하락의 장점까지 더하면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사업의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다 보니 매출액의 손익분기점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자금이 없는 회사는 속수무책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공장설비가 몇 년을 못 가서 새로운 제조공장에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대체 제품이 개발되어 새로운 공장이 애물 단지가 되는 경우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를 보면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해오던 CRT TV가 최근 LCD 및 PDP TV에 의해 대체되고 있으며 이들 신제품도 OLED와 같은 또 다른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의해 밀려날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에서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회사의 사장이 대화를 하던 중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도저히 수익을 낼 수가 없습니다. 전자제품은 신제품이 나온 지 5년이 지나면 아예 제품이 시장에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이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필자는 "우리 회사의 제품은 첨단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이 수십 개 들어있고 우수한 기술 인력들이 밤을 세워 설계한 제품을 제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지고 그 가격도 양말 한 켤레 가격 수준입니다. 우리도 고민이 말이 아닙니다" 라고 답하였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든다. 각종 통신 수단의 발달과 인터넷의 손 쉬운 접속은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하였으며 지구촌 어디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손쉬운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시장에 대한 정보의 공유는 '일물 일가의 법칙'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하나의 회사만 살아남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기업 활동의 세계화 추세도 경쟁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미국 회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을 응대하는 콜센터를 인도로 옮기는 것은 물론 기술자들도 인도에서 고용하여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 내에서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내륙으로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기술혁신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세계화는 더 싸고(Cheaper), 더 좋고(Better), 더 빠르게(Faster)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1등 기업만 살아남게 하고 있다.

찰스 다윈은 "강한 자는 멸망하고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고 말했으며, 다니엘 벨은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라는 명제 뿐이다" 라고 말하였다.

김신섭 알토닉스㈜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