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수록 약되는 한방상식-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한약 달이는 법

■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달고, 짜고, 시고, 맵고, 쓴맛은 각각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매실이나 모과처럼 새콤한 것을 먹으면 몸이 움츠러들면서 군침이 돈다. 과거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어지러울 때 식초를 조금 먹이거나 냄새를 맡게 한 것은 새콤한 성질이 가지고 있는 톡 쏘는 자극성을 이용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신맛은 몸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신것을 장기간 먹으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될 수 있다.

설탕, 꿀, 대추 등 단 음식은 긴장을 풀어준다. 신체가 말라 있거나 긴장되어 있을 때 단것을 먹으면 이완된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쪼그라들면서 부드러워진다. 이와 같이 짠맛은 조직을 오그라지게 하고 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짠것은 인체 내부 활동력을 저하시키는 성질이 있으므로 몸에 좋은 죽염이라 하더라도 많이 먹으면 오히려 힘이 빠진다.

고추나 후추를 먹으면 혀와 배 속이 후끈거리고 몸이 달아오른다. 매운맛이 열을 내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 추위에 약하거나 몸이 냉한 사람은 생강, 계피와 같이 매운 성질의 음식이나 약을 먹으면 좋다. 반면에 위벽이 약한 사람이 매운것을 함부로 먹으면 속이 따갑고 쓰리다.

고무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김장을 담그면 손이 따가워 애를 먹는다. 이때 고삼(苦蔘) 달인 물에 손을 담그면 괜찮아진다. 매운맛은 조직을 풀어헤치는 발산의 성질이 있는 반면 쓴맛은 수렴의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해열, 진정, 소염 등에 사용되는 약은 대게 쓴맛이다.

또 위장에 습기가 많을 때 쓴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쓴맛이 습기를 말리는 작용도 하기 때문이다. 쓴것을 많이 먹으면 내장이 마를 수 있다. 냉하거나 수척한 사람은 익모초, 케일, 영지 등을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약 달이는 법

한약 달이는 데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미리 겁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약 달이는 것은 라면 끓이는 것만큼 쉽다. 약재에 물을 붓고 끓인 뒤 국물을 따라 마시면 된다.

달이는 그릇은 약효와 큰 관련이 없다. 꼭 약탕관에 달이지 않아도 된다. 과거 쇠그릇에 한약을 달이지 말라고 한 것은 쇠에 반응하는 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무쇠 그릇이 거의 사용되지 않으니 상관없다.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뚝배기, 유리 주전자 등 음식 만드는 그릇 전부 한약을 달여도 무방하다. 이 중 알루미늄 그릇의 경우 녹각을 많이 넣고 여러 시간 달이면 그릇이 삭을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약은 연탄불이나 숯불에 달여야지 가스불에 달이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스불만큼 약 달이기 좋은 것도 없다. 약이 끓을 때까지 센 불에 달이다가 약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면 된다. 그러므로 불 조절하기 어려운 연탄불보다 가스불이 훨씬 약 달이기에 낫다.

달이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개 한약재가 잘 우러나도록 잘게 썰어 놓기 때문에 급할 때는 20~30분만 달여도 많이 우러난다. 시간은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오래 달일수록 좋을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향기가 많은 약재들의 경우 오래 달일수록 냄새가 달아나서 약효가 줄어든다.

재탕은 안 해도 된다. 이미 초탕에 약효가 충분히 우러났기 때문에 병 치료를 위해서는 재탕은 생략하고 초탕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수정과 만들 때 계피를 한 시간쯤 달여 첫물을 받아낸 뒤 다시 물을 붓고 달여 맛을 보면 단맛과 향은 없고 떫은 맛뿐이다. 초탕만 하고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약 달이기 전에 미리 물을 붓고 약재를 좀 불려 놓으면 많이 우러난 한약을 얻을 수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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