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과학계에서 1860년대까지 '생명체(특히 미생물)는 저절로 생긴다'는 자연발생설이 대세였다. 그 당시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생명체는 생명체에서만 생길 뿐'이라고 주장했다. 숱한 논쟁과 복잡한 검증실험 결과 파스퇴르의 주장이 '진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파스퇴르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데이터를 손보고 과장했으며, 과학아카데미가 의도적으로 밀어줬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고 한다.
◇'상온 핵융합'과 관련된 '진실 논쟁'도 비슷한 사례였다. 1989년 미국 유타대의 두 화학자가 이 연구를 발표했을 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곧 '진위'를 의심받았다. 실험 결과가 미심쩍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그 실험실을 취재한 방송 뉴스 프로그램 녹화 테이프 등을 증거자료로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 과학계가 실험 재연과 데이터 해석 등을 싸고 격렬하게 맞섰다.
◇과학은 히브리 전설 속의 인조인간 '골렘'에 비유되기도 한다. 진흙으로 빚어 라비의 주문으로 생명력을 얻은 '골렘'은 평소 주인에게 충직한 하인이나 잘못 건드리면 발광하는 괴물이 되는 까닭이다. 최근에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영국 과학사회학자 해리 콜린스'트레버 핀치가 지은 '골렘(The Golem)'은 과학을 바로 이 인조인간에 비유, 현대 과학의 은밀한 이면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요즘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른 와중에 선보인 화제의 신간 '골렘'은 과학적 논쟁이 과학적 방법을 벗어난 경우를 말해줘 끌린다. 이 책이 밝히고 있듯이, 편견'돈'대중적 명성에 대한 욕망 등으로 과학자보다 앞서가는 언론 논평과 많은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는 과학을 눈멀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는지….
◇현대 자연과학의 7대 진실 논쟁을 부각시킨 '골렘'은 이들 논쟁의 이면을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 바, 새겨들어야 할 대목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쉽게 과학을 경원시하거나 신비화할 일은 아니다. 이번 배아 줄기세포 진위 논란은 아직 마치 미궁 같아 차분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과학의 요체인 '진실'은 물론 '잘'잘못'의 진실도 결코 왜곡돼서는 안 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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