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맛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또 타향에 가면 고향을 그리워하듯 나이를 먹으면 어릴 때의 음식을 더욱 그리워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앞 청진동 해장국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한옥을 개량한 음식점 '호미곶 전복'이 눈에 띈다. 음식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음식점 주인 이경주(54) 씨와 부인 김화자(51) 씨가 자라고 살아온 곳은 포항 구룡포이다.
회, 과메기, 고래고기, 전복죽과 각종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이곳의 맛은 구룡포에서 음미할 수 있는 맛 그대로다. 매일 포항에서 고속버스와 비행기로 음식 재료를 직송해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한다.
손님 또한 경상도 사람들이 많다. 점심 식사 때나 저녁 회식 시간이면 식당에는 경상도 사투리로 왁자지껄하다. 서울인지 포항인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주인 이씨는 "포항에서는 몰랐는데 경상도 사람들 목소리가 정말 크더라구요"라며 웃는다.
이씨가 식당을 개업한 것은 4년 전. 경북대에 다니던 딸이 서울 명문대에 교환학생으로 올라오면서 가족 모두 이삿짐을 샀다.포항에서 2년간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현재의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 사정에 문외한이었던 이씨는 "청진동 해장국골목이 유명한지도 모르고 개업했다"고 했다.
다행히 주변에 위치한 서울시청과 종로구청, 여러 빌딩에서 근무하는 경상도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상득(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단골이다. 최근에는 청계천 관광 온 경북 사람들이 도보로 5분 거리인 이곳을 많이 찾는다.
호미곶 전복이 자랑하는 음식은 이름 그대로 전복죽. 1인분에 전복 한 마리씩 넣어 끊이는데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고 했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장시간 끓이는 미역국도 이 집만의 자랑거리.
이씨는 "미역국 한 숟가락만 먹고 몇 시간 끓였는지 아는 단골도 있다"며 "상경해 3년 넘게 그런대로 버텨온 것은 모두 고향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구룡포 전경을 찍은 대형사진이다. 이씨의 고향집도 사진에 담겼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번 출구로 나가서 제중약국 골목 안. 연락처 02)735-0497.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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