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의 역할은 크게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주는 측면과 참다운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입시교육에 눌려 인성교육은 다소 뒤처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 다행이라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는 교사들이 적잖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의 인성교육 수준이 전국 최고인 것으로 나타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한 '전국 인성교육 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에서 1등급으로 선정된 초등학교 교사 21명 가운데 13명이 대구·경북의 교사였던 것. 이들이 밝힌 비법을 통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바른 아이로 가르치는 법을 들어봤다.
△아는 만큼 보여요
인성교육은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어떤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행동 양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한다면 학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인성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가장 먼저 손대는 작업은 학생 면담과 가정환경 조사를 통해 아이들 둘러싼 주변 환경을 올바로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숨기려 들기보다 여과 없이 털어놓는 것이 교사가 학생을 좀 더 올바로 이해하고 지도하는데 도움이 된다.
△긍정적인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관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 형성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려고 노력할 때 타인까지 배려하는 아이로 키워낼 수 있는 것.
이런 긍정적인 자아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강수정(대구 신흥초교) 교사는 '마법의 지팡이'를 활용했다. 미래의 나의 상과 긍정적 별명을 정해 주문을 외듯 사용하게 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며, 자신감을 잃어버린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넣어주는 마법을,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는 가르침을 주는 마법을 거울을 보며 걸도록 한 것이다.
강 교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을 겪던 슬기(8·가명), 외동딸로 자라 모든 분야에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 성향으로 만성적인 위장장애에 시달리던 예지(8·가명) 등 반 아이들 대부분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올바로 깨닫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려는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강 교사는 그 외에도 난 이런 씨앗, 단소리 쓴소리, 바름이 약속, 으뜸이 시상식, 두뇌마사지, 웃는 손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을 키워가도록 배려했다.
△자연과 함께 공감하기
온통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회색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흙에서 뛰어놀기보다는 메마른 콘트리트 벽 안에서 문제집 풀이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이 점에 주목한 박정제(대구 욱수초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고 마음을 위로해 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해주는 자연에게 아이들을 맡겼더니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까지 키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 교사가 실천한 계획은 흙, 꽃, 나무, 자연의 순차적 프로그램. 맨발로 흙을 밟도록 해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고, 흙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활동을 통해 사회성 발달은 물론 건강한 신체를 단련하기도 했다. 또 꽃을 통해 하찮은 풀 한 포기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나무를 통해 아낌없이 주는 이타심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방학 동안 숲 속에서 2박3일간의 캠프를 통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법을 가르쳤다.
홍진규(포항 달전초) 교사의 연구 역시 비슷하다. 홍 교사는 달밭 골의 달풀인 자연체험에서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알게 함으로써 왕따 없는 즐겁고 신나는 학교생활을 만들어 냈다.
△가족 간의 대화 늘리기
가족 간의 대회를 늘리는 것도 인성교육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강수정 교사는 '두메산골 우리집'이라는 체험을 활용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옛 두메산골의 집처럼 TV와 컴퓨터를 멀리하는 대신 놀이와 가족 친목 도모의 시간을 갖도록 해 친구들에게 서로 자랑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 부모님께 편지쓰기, 효도쿠폰 드리기 등을 통해 부모님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신병교(대구 문성초교) 교사는 가정과 연계한 언어 프로그램을 가지고 지난 1년 학생들을 지도했다. 아빠의 인생, 가족신문, 우리아이 찬가 만들기, 움트게 하는 말(칭찬의 말), 가족 발씻기 등 학교 수업과 연계한 각종 가족활동 숙제를 통해 가족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했다.
또 서지효(대구 성서초교) 교사는 매월 넷째 주 토요휴업일을 '행복한 우리 가족'의 날로 정해 내 방 청소 내가 하기, 부모님께 편지쓰기, 가족짬뽕동화쓰기, 가족 입술 찍기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 가족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 문성초교 5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흙을 이용한 조형물을 만들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성을 키워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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