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랜 관습 깨버린 '꼭짓점 미술'…두산아트센터 '이석조 전'

'캔버스를 엎어버리고 화선지를 일으켜 세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나는 전시회 타이틀이다. APEX ART, '꼭짓점 미술'이라는 독특한 개념의 작업을 하는 이석조 씨가 1일부터 9일까지 두산아트센터(053-242-2323)에서 오랜만에 전시회를 연다.

약 1천 900년 전 출현한 한지(닥종이)와 약 500년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캔버스(화포)에서 "반란하고 그에서 이탈"해 재료와 공간에 새로운 해석을 가했다. 이 씨는 '각종 물감이나 오브제 사용으로 도포하던 관습적인 행위'에서 벗어났다. 캔버스 천이나 화선지 등의 재료를 간단하게 찢거나 잘라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평면으로 연결되는 완벽히 새로운 조형의 장을 창출해냈다.

회화나 조각의 입지적 한계성을 '박살'낸 작품들은 물질 자체의 순수한 조형으로 존재한다. 작품 속에는 직선이 보이고 곡선이 존재하고, 면이 모여 세모며 네모며 동그라미의 공간이 생겨나있다. 이 씨의 손을 거치면서 하나의 재료에 불과했던 캔버스며 화선지는 '단원 김홍도'가 되기도 '마르셀 뒤샹'이 되기도 한다.

'이순신', '레오나르도 다빈치'이기도 하면서 '어머님이 주신 말씀'이기도 하다. 가장 원초적인 발상을 통해 수백, 수천 년 간 전래하는 동서양의 미술적 이념들을 융합시킨 작품들을 채운 공간은 하나의 놀이터라 부를 만하다. 재료의 원형질이 그대로 살아있는 작품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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