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지하 특별기고)미래는 한류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를 돌아 보니까 한류에 대한 현지 지식인과 언론의 평가는 대단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는 한국 영화의 독창성과 위상을 '누벨버그(새로운 물결이란 뜻으로 제2차 대전 후 프랑스의 영화계에서 침체상태를 극복하고 일어난 운동)'에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1960년대 세계영화 시장을 주도하던 'French Wave(프랑스 영화의 신물결)'가 새로운 흐름으로 세계영화 시장을 주도하던 것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아트 디렉터 제인 케이건은 "전세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이 이제 서양에서 동양으로, 헐리웃에서 한국으로 중심이동을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 리용의 예술 감독들은 '김매자 창무회'의 심청전공연 특히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판소리를 하나같이 최고의 예술로 높이 평가했다. 최근 빠리에서 가진 나의 시집 출판기념회 판소리 공연을 본 프랑스인들의 소감을 통해서도 이같은 평가를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주목할 사실은 이런 한류문화에 대한 찬사는 꼭 '김치'와 함께 붙어 다닌다는 점이다.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류에 대해 UCLA대 교수 제인 케이건은 한류의 형성요소를 8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문화적 허브로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외래문화 흡수의 기나긴 역사 ▷디지털에 적합한 음성문자 한글 ▷디지털적 창의력에 기반을 이루는 언어와 문화 ▷도심의 높은 인구밀도에 기반한 다양한 커뮤니티 형성과 전 국민의 인터넷 접속 가능조건 ▷PC방, 인터넷 카페 등 인터넷 문화의 광범위한 보급 및 유행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전통문화와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현대문화 즉 평형성과 역동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절묘한 문화적 긴장감 ▷전 세계를 향한 다차원적인 문화적 물결의 생성이 그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한류'라는 문화현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에 대한 반발과 폄하의 논리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한류를 일시적 문화현상으로 함몰시키지 않고 현대문명의 위기 징후를 처방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으로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한류가 고민해야 할 당면 숙제들이 있다. 이 숙제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바로 한류의 고급화, 복합화의 길이 될 것이다.

첫째 전 세계의 온난화, 기상이변, 생태계 오염 등 대혼돈(Big Kaos)-을 처방할 과학을 촉매할 수 있는 인문학적 원형(Arche-Type)이 동북아시아에 있다고 기대하는 서양 과학계의 동풍(east-turning)에 대해서 '고급한류'로 대답해야 한다.

둘째 스위스 다보스 포럼은 최근 지속가능한 창조력의 필요를 강조하며 '상상력과 혁신'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생태계 오염, 물 부족,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전세계가 '생명과 평화'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인류의 새로운 정신문화로서 한류가 작용하고 답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명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류를 새 세대의 문화운동으로 확대 심화해야 한다.

'한민족 르네상스'로 시작된 한류를 아시아 르네상스로, 전세계인이 신문명 창조의 틀로 작동케 하는 세계 르네상스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류 미학과 한류 경제학을 결합시키는 노력을 범국가적으로 하고 헐리우드의 기술력과 한류 콘텐츠를 결합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세대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대한 핵심분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헐리웃은 몰락하고 있다. 미래는 한류다."라고 제인 케이건은 말한다. 왜?.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시스템이 드러난 탓이겠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세계적 스케일이 아닌 '백인들만의 난장'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케이건은 이에 대신해 명실상부하게 세계 영화시장을 주도할 'Holly world'를 제안하고 있다. 그 심볼 마크로 고구려 벽화 속의 무사도(동쪽으로 말을 달리며 서쪽으로 활을 쏘는 벽화그림)를 제시하며…

김지하 영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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