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수로 "꼭짓점 댄스로 돈 벌고 싶지 않았죠"

월드컵 토고전이 열리던 13일 저녁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꼭짓점 댄스가 펼쳐졌다. 서울 시청앞 광장뿐 아니라 각 지방과 군부대에서도 꼭짓점 댄스는 월드컵 공식 응원춤으로 각광을 받았다. 심지어 밸리댄스를 꼭짓점 댄스에 접목한 춤도 등장했다.

그런데 정작 이 춤을 만들고 전파한 배우 김수로는 더 이상 꼭짓점 댄스를 추지 않고 있다. 꼭짓점 댄스 열풍 덕에 광고 한편을 촬영하긴 했지만 그뿐, 김수로는 그외 어디에서도 꼭짓점을 선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꼭짓점 댄스 열풍은 제가 의도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국민이 사랑해주시니까 저도 즐겁지만 사실 전 영화인들에게 미안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고 그로 인해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엉뚱한 쪽으로 관심을 끈 것 같아 부담스러웠습니다."

참 의외의 발언이다. 김수로가 꼭짓점 댄스를 춘다고 손가락질받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많은 사람이 그의 춤추는 모습에서 즐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수로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광고 한 편을 찍은 후에는 일체의 섭외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월드컵과 관련해 제게 꼭짓점 댄스 관련 섭외를 해왔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런 광고나 행사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으면 족히 40억 원은 벌었을 겁니다. 하지만 딱 끊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갈등도 했죠.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거니까요.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꼭짓점 댄스로 돈을 벌어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았어요."

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 풍조가 갈수록 확산되는 현실에서 이 같은 김수로의 태도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오직 배우로서, 연기로서 인정받겠다는 그의 생각은 특히 연예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별도의 돈을 주지 않으면 자기 영화의 홍보도 하지 않겠다는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약간은 고집스럽게 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김수로는 "적은 인원이라도 배우 김수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 그런 고집이 지금 영화를 찍는 내게 힘이 되고 있다. 돈이 많으면 솔직히 지금 영화를 찍으며 느끼는 행복이 그렇게 소중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그는 2월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의 개봉을 앞두고 전국 관객 300만 명을 모으면 월드컵 때 시청앞에서 꼭짓점 댄스를 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수로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흡혈형사 나도열'의 최종 스코어는 전국 185만명이었다.

김수로는 "영화가 잘됐으면 배우로서 당당하게 춤을 췄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우습게 보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춤을 추지 않는 까닭에 그와 닮은 외모의 배우 지망생인 일명 '김슈로'가 부상하고 있다. 김수로 대신 월드컵 거리 응원전에서 꼭짓점 댄스를 추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김수로는 "내가 안 춰도 꼭짓점 댄스는 알아서 잘되고 있다"면서 "김슈로 씨한테도 고맙다"며 웃었다.

현재 블랙코미디 '잔혹한 출근'의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김수로는 곧바로 8월부터는 감우성과 함께 코미디 '쏜다'의 촬영에 돌입한다. 한눈 안 팔고 촬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영화를 통해 관객과 만나야죠. 그러기 위해 현재 부지런히 촬영 중이구요.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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