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의 창)유럽·남미 그리고 한국 축구

한국의 붉은악마만큼 열정적인 멕시코 응원단들은 21일 낮 12시 30분(이하 현지시간)쯤 독일의 겔젠키르헨 중앙역에 내려서면서 역사를 가득 메웠고 고동을 불어대며 구호를 외치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21일 오후 11시) 겔젠키르헨 경기장에서 포르투갈과의 D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가진 멕시코는 열정적인 응원단의 분위기처럼 열정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나라이다. 멕시코는 유럽 선수들에 비해 체구는 작지만 짧고 정확한 패스, 자신감 충만한 개인기 등으로 멋진 축구를 보여줬다.

포르투갈 역시 뜨거운 축구를 한다. '유럽의 브라질'로 불리는 포르투갈은 미드필드를 거치는 짧고 빠른 패스와 창의성이 풍부한 개인기술 등을 무기로 강호다운 면모를 보였다.

16강을 가리는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가 진행 중인 독일 월드컵은 출전국들이 다양한 축구를 선보이며 세계의 축구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크게 유럽과 남미 스타일로 구분되지만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기계적으로 이기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뛰어난 개인기와 축구의 예술적 측면을 드러내고 있고 스웨덴과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강한 체력, 긴 패스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도 축구 강호다운 특유의 축구를 구사하고 있고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리듬감 있는 축구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다소 부진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이영표가 인터뷰때 즐겨 말하는 '한국적인 축구'는 어떠한가. 한국은 볼 터치 기술은 떨어지지만 강한 체력과 압박,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네덜란드식 '토털 사커'에 가까운 축구를 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향이겠지만 한국 축구에는 '유럽의 힘'과는 다른 '한국의 힘'이 배어 있다. 다소 거칠지만 공격적이고 수비에 치중할 때라도 끊임없이 공격을 노리는 힘이 느껴진다. 한국이 세계 정상급의 강호는 아니지만 이런 점 때문에 상대 팀들에겐 만만치 않은 상대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국제축구연맹(FIFA)은 새로운 축구 흐름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겠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 성적에 관계없이 '한국적인 축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겔젠키르헨(독일)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