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노버-쾰른, 16강 운명 엇갈린 탄식의 90분

숨막혔던 90분이었다. 2006독일월드컵축구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16강 진출국이 가려진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아드보카트호가 스위스와 맞붙은 하노버는 물론 같은 조의 프랑스-토고전이 열린 쾰른 월드컵경기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90분 내내 가슴 졸여야 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하노버와 쾰른의 90분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전반 23분 = 한국 0-1 스위스, 프랑스 0-0 토고

한국이 첫 골을 잃었다. 한국 미드필드 왼쪽에서 박주영이 스위스 트란퀼로 바르네타를 '불필요하게' 손으로 잡아채며 반칙, 경고를 받아 프리킥을 허용했다. 하칸 야킨의 왼발 프리킥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골문으로 뛰어들던 필리페 센데로스의 헤딩슛이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전반 종료= 한국 0-1 스위스, 프랑스 0-0 토고

한국은 전반을 리드를 내준 채 마쳤다. 아직 16강 가능성은 충분했다. 프랑스가 토고와 전반을 득점없이 끝냈다. 이대로 후반을 마친다면 16강 티켓은 스위스와 한국이 나눠 가진다.

△후반 10분 = 한국 0-1 스위스, 프랑스 1-0 토고

아드보카트호가 다급해졌다. 쾰른에서 프랑스의 골 소식이 전해졌다.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든 플로랑 말루다의 패스를 받아 파트리크 비에라가 정면에서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대로라면 G조에서 16강 진출은 스위스, 프랑스의 몫이다. 하지만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 한국이 만회골을 넣어 1-1 무승부만 돼도 골득실차로 아드보카트호는 프랑스를 제치고 16강행이다.

△후반 16분 = 한국 0-1 스위스, 프랑스 2-0 토고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프랑스가 티에리 앙리의 추가골로 점수 차를 2-0으로 벌렸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반드시 스위스를 꺾어야만 한다. 토고가 한 점만 따라가 주면 한국이 동점만 만들어도 16강티켓은 한국의 몫. 프랑스의 추가골 소식이 전해진 듯 한국 벤치가 술렁였다.

△후반 18분 = 한국 0-1 스위스, 프랑스 2-0 토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비수 이영표를 빼고 공격수 안정환을 투입해 총 공격에 나섰다. 공격수가 다섯 명이 됐다. 3분 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친 박주영을 빼고 설기현을 투입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32분 = 한국 0-2 스위스, 프랑스 2-0 토고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이 태극 전사들의 무릎을 꺾었다. 알렉산더 프라이가 수비 라인을 뚫고 빠져들어가 골키퍼 이운재와 1대 1 상황을 맞았고, 부심은 오프사이드를 알리는 깃발을 들어올렸다. 프라이는 골키퍼 이운재를 체치고 골지 역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을 터트렸고 주심은 득점을 인정했다. 한국 선수들 일부는 주심, 일부는 부심에게 달려가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항의도 소용없었다.

△경기 종료 = 한국 0-2 스위스, 프랑스 2-0 토고

"힘을 내라 한국" 붉은악마 응원단이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한국민의 염원을 외면한 채 하노버와 쾰른의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스위스가 2승1무, 프랑스가 1승2무로 조 1, 2위를 차지하며 16강 티켓을 가져갔다.

한국은 1승1무1패가 돼 쓴 잔을 들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벤치의 스위스 선수들이 달려나가 16강행 세리머니를 펼쳤다. 태극전사들은 고개를 떨궜고 그라운드에 넋을 놓고 주저앉았다. 홍명보 코치와 일부 팀 관계자가 그라운드로 들어가 선수들을 위로했다. 기운을 차린 선수들은 붉은악마 응원단 쪽으로 인사를 전했다.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숨막혔던 90분 간 드라마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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