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치 금융'도 모럴 해저드도 안 된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별로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창구 지도에 나서면서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분분하다. 은행별 대출 한도까지 일일이 지정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을 일방적으로 비판할 일만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 거품 붕괴 경고등이 이미 켜진 상태다. 각 국 중앙은행은 과잉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부심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관치 논란에 대해 부동산값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은행에 주문한 것이라고 했다. 카드사태와 마찬가지로 은행들이 부동산값 하락으로 위기를 느꼈을 때는 늦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의 창구 지도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중은행들은 지난 16일 공문을 보낸 이후 오히려 대출을 더 늘렸단다.

따라서 금융감독 당국의 주택담보 대출 규제 강화는 이해된다. 오죽했으면 '관치 금융'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창구 지도'라는 구시대적 수단까지 동원했겠는가. 물론 주택담보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래도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꺼져 우리 경제가 대혼란을 겪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창구 지도에 나설 정도로 우리 은행들의 경영이 후진적이라면 그것 역시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은행들은 돈 떼일 위험이 적은 가계 대출에 주력했다. 따라서 가계자산의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면 은행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민 세금으로 위기를 벗어난 은행들이 또다시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로 나라 경제에 부담을 줘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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