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상/사태를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조리 있게 표현하는 행위를 논술이라고 부른다. 논술을 지도할 때는 논술의 능력을 넷으로 해체하고 이들을 구조화하여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은 논술할 주제나 제재에 해당하는 (1)특정 대상세계의 이해력이 한 요소이고, 그에 대한 (2)사고의 능력이 필요하며, 사고 전개를 오류 없이 합리적으로 끌어가는 데 필요한 (3)논리의 능력이 요청되고, 이 모두를 이끌기도 하고 반영하기도 하는 (4)문체학적 능력이 요청된다. 이들 각각은 다시 하위의 능력들을 위계적으로 지니고 있다. 논술자가 실제로 논술을 행할 때에는 이들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넷 모두가 조화로운 통합을 이루어 발현된다.
(1)특정 대상 세계의 이해력
도시에 사는 학생에게 어촌의 삶을 쓰라고 하면 '어부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어촌에 사는 학생은 '한수 아버지는 이른 봄에 돗섬 가까이 가서 숭어를 잡는다.'처럼 더 구체적인 진술을 한다. 사실에 더 근접하기는 논술의 기초 가운데 하나이다.
게다가 자신을 객관화하는 성찰을 꾸준히 하는 일도 논리적 사고의 바탕이 된다. 논리란 보편적 사고의 길로서 자신의 창조적 직관적 인식 구성물도 논리에 실어야 모두가 이해하고 수용하는 구성물이 되기 때문이다.
대상세계에 더 잘 다가서는 길은 더 오래 끈질기게 주의를 집중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아래 사고 작용을 충실히 하는 것인데 그 기초로서 초등학교에서는 논술을 가르치기보다는 구체적 대상을 가지고서 더욱 치밀한 묘사와 서사를 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고등학교의 교과 공부를 할 때에도 학생은 지식의 개념들을 오감(五感)에 닿아 느끼듯이 구체적 실체화로 환원해서 머릿속에 저장해야 산 지식이 된다.
(2)사고 활동
흔히 사고활동은 창조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로 나눈다. 논술과 관련되는 창조적 사고는 살고 있는 현실의 특정 모습을 '부정'해 보거나 '질문'해 보아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세계 이해의 전제를 검토해 보는 일이고, 후자는 사고 활동의 과정을 더 잘게 나누고 각각을 '따져 살핌'하는 활동으로서 대상 인식하기와 개념체계 형성하기와 해석하기가 포함된다.
특기할 일은 교과 교육에서 요즘은 수용자(학생)라고 할지라도 발견자(학자)가 대상에 대해 펼친 사고의 과정을 모두 따라잡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른바 '구성주의' 교육 사조는 각 교과에서 가르치는 지식의 체계를 학생들이 결과로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지식이 구성되는 과정을 주체적으로 체험해 가는 사고훈련/논술훈련이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3)사태 해석과 논리적 사고
논리적 사고는 앞에서 본 사고 활동의 일부로서 특히 공상(空想)과 편견/선입견과 이해(利害)와 감정적 요소를 버리고 보편화/객관화를 향한 사고이다. 연역이란 개념 분석 활동과 전제 검토 활동이고, 귀납이란 사태 해석 활동이며, 오류 찾기는 말과 그에 대응하는 세계와의 관련을 검토하는 활동이다. 이들은 아주 어릴 때 아기 때부터 살면서 은연중에 익히고 학교의 각 교과 공부에서도 내면화된다.
여러 교과의 지식들은 연역이나 귀납의 과정을 겪어 생성된 것들인데 학생들이 그들의 결과만 암기하면 맛있는 과자를 포장지만 쳐다보다 시간이 지나면 잊고 말게 되는 격이고, 각각 지식 생성의 이치나 과정을 애써 따라가면 발견의 기쁨을 아이삭 뉴튼과 함께 하고 혀에 녹는 지식의 맛과 코를 스치는 향기에 취하게 되며 골/마음 속에 있는 눈과 손이 새 지식을 구분하고 인식할 안목을 지니게 될 것이다.
(4) 문체학적 요소
대상에 대한 이런 사고의 과정과 귀결은 글로 씌어진다. 논술문이 글이라는 점만 보면 이 훈련을 국어교과에서 시켜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어과는 논술만을 훈련하지 않는다. 사실의 바르고 정확한 진술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묘사문과 서사문을 열심히 훈련하고, 간단한 사태의 포괄적이고 유기적 관련을 훈련하기 위해서 설명문을 훈련하며, 경쟁사회에서 주체적 자아가 남을 설득하는 훈련을 설득문으로 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시나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의 감상력도 길러준다. 논술 훈련을 위해서 국어과가 할 몫은 일정하나 그리 크지 않다.
이상태(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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