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우리의 어린 날은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동심을 생채기내는 일은 많았다. 아이들의 상처는 대부분 힘든 가족사에서 기인했다. 상처입은 아이들은 때로 안쓰럽고, 삐딱했다. 더 기막힌 일은 남(때로는 동물에게서도)의 상처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약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한다. 그리고 한 뼘 더 성장한다.
아이에게 무슨 책을 권해 줄까 시내 서점을 찾았다가 신간코너에 꽂힌 '꼬물래'(김미숙 외 3인/푸른책들) 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금새 코끝이 찡해졌다.
'꼬물래'는 상처입은 아이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책이다.
집 안 형편 때문에 낯선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현기('두루미 마을'),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며 누군가 남긴 핫도그를 먹다가 들킨 후 동네 걸인인 '꼬물래'라는 별명을 얻은 주호('꼬물래'), 언니, 오빠와 살면서 늘 굶주리는 '나'('견우랑 나랑'), 새엄마에 대한 동네의 편견과 싸우는 수정('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아이들이 가난하고 복잡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힘은 어른의 따뜻한 관심과 또래들의 진심어린 손길이다.
'토요일이 되었다. 나는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급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는 공장에서 해고당하고 난 뒤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중략)동네 공부방 선생님은 늘 우리가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회개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잘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죄를 지었는지 나도 모른다.'(견우랑 나랑 中)
이렇게 잔인한 묘사를 읽은 적이 없다. 우리가 누군가의 상처를 설명하는데는 때로 긴 말이 필요치 않다.
이혼, 재혼, 편부모 가정, 경제적 어려움, 소년·소녀 가장 등 4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소재로 요즘의 시대상을 묶어 냈다. 상처받는 아이가 더 이상 없으면 좋으련만 이는 어른의 몫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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