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살롱] 김용구 중소기업중앙회장

"기업유치 성공하려면 과감한 지원을"

김용구(66)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경제 5단체장 중 하나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대구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나 할까. 고향인 경북 안동을 떠나 사업으로 떠돈 세월이 수십 년이 됐지만 고향 쪽 소식만 들으면 아직도 마음은 요동을 친다.

수출 3천억 달러 시대. 섬유산업도 수출 60억 달러를 기록해 효자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만 대구는 아직 별달리 전망이 보이질 않는다. 그는 "대구 섬유도 이제는 기술혁신 없이는 안 됩니다. 섬유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기능성 섬유 등 기술력 있는 아이템으로 바꾼 사람들은 다 괜찮습니다. 노동집약적인 과거의 섬유산업에서 하루 빨리 탈피를 해야 합니다."라고 운을 뗏다.

대구의 기업유치 활동도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을 갖고 기업유치에 나서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중앙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수도권 기업 중 대구·경북에 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3%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단지 애향심에 호소해서 될 일이냐?"고 반문한다. 미국 아리조나주에 진출한 현대자동차 예를 들었다. "당시 주정부는 현대자동차에 평당 1만 원으로 공장부지를 공급했고, 20년 동안 세금감면 혜택을 줬습니다. 노사 무분규 보장 약속도 했고요. 기업을 유치하려면 특혜를 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는 "사업하는 사람은 이윤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며 "대구도 이제 전략 산업을 정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조합법이 바뀌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라는 명칭도 '중소기업중앙회'로 바꿨고, 지방조합들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개방형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과거 중앙조합들의 이익대변 단체로만 비쳤던 중앙회가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시대흐름도 흐름이지만 김 회장의'리더십'도 한 몫을 했다."지난 62년에 설립된 중앙회가 44년 만에 골격이 바뀌었습니다. 조합법을 바꾼 것은 중앙과 지방이 밀착성을 갖고 동반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 겁니다. 지방조합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겁니다."

지난해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과 사업전환촉진법, 소기업·소상공인 공제 제도도 만들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이야 그동안의 대기업 중소기업간 불평등 관계 때문에 상징성을 갖는 법안이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두 법은 중앙회 숙원사업과 같은 것이다. 특히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제도는 소상공인들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성격 때문에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웃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이같은 공제 제도를 만들어 190만 명의 소상공인이 가입해 있고 기금만 8조 엔에 달한다."면서 "이제 이 기금에 가입만 하면 사업을 하다가 망해도 종자 돈은 보장된다."고 전했다.

사업전환촉진법도 사양산업을 하던 기업인이 업종을 바꾸면 각종 세제혜택과 자금지원을 받도록 명시한 것이다. 10년 전부터 추진했던 이들 법안이 김 회장 임기 내에 마무리된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건 아닌 것 같다. 여전히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경영자총협회 등 대기업 단체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경제 5단체장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외롭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한 공통 현안에는 한 목소리를 내지만 이해가 상충되면 이내 4대 1이 됩니다."

초교를 마치고 고향 안동을 떠난 김 회장은 광산업으로 성공을 한 사람이다. 객지생활에 이력이 났지만 아직도 초교 때 낙동강 변에서 물놀이 하던 추억은 여전하단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