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광철 LIG손해보험 구미지점 통일대리점 대표

"새터민이 영업활동 장점…보험왕 문제없어요"

"보험 영업활동이라는 게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많아 영업 초기엔 너무 힘들었죠. 그러나 새터민(탈북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요즘은 영업에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LIG손해보험 구미지점 통일대리점 대표 이광철(36·구미 인동동) 씨는 구미에 정착한 지 3년째 되는 새터민이다. 남북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있기에 그는 대리점 명칭을 '통일'이라고 지었다.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슬하에서 네 누나와 함께 어렵게 살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이 씨가 의과대학에 입학하면서 가세가 펴는 듯했다. 그런 그가 탈북을 결심한 건 2003년 3월. 간경화로 고생하던 어머니의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 국경을 넘다 북한 당국에 적발돼 3개월간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였다.

탄광에서의 고된 노동, 북한 정부의 감시도 참을 수 있었지만, 그 사이 전해들은 어머니의 사망 소식과 가족의 미래였던 의과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북한에선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 씨는 중국 국경을 넘어 2004년 7월 베트남을 경유해 남한 땅을 밟아, 일정 교육을 받은 후 그해 11월 구미에 정착했다.

구미에 아는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공단도시 구미에 가면 일자리가 풍부할 것 같았기 때문. 그러나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집 근처 성당을 다니며 이웃들을 알기 시작했고,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또 성당에서 만난 양어머니 이정수(60) 씨의 보살핌은 삶에 큰 위안이 됐고,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으로 2005년 5월 지금의 직장을 구하게 됐다. 난생 처음 접하는 보험, 영어 등은 노력으로 극복했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의 영업 활동은 쉽지 않았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던 것 같습니다. 고객들을 찾으면 제가 새터민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호기심만 가질 뿐 계약으로 이어주진 않았죠. 그러나 꾸준히 시간을 갖고 고객들이 궁금해 하는 북한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서서히 계약 건수가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그는 요즘엔 고객들에게 새터민이라는 사실을 굳이 먼저 밝히지 않는다. 방문, 전자우편,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고객들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고객들이 하나 둘씩 늘어 지금 그의 고객은 운전자보험,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500여 명에 달한다. 이중엔 동병상련을 가진 새터민 고객들도 50여 명이다.

특히 자신의 전자우편(leegc@lig.co.kr)으로 고객들과 보험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고객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지난해 그의 보험 신규 매출은 1천300만 원, 올해 1천500만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손해보험 이화성 구미지점장은 "이 씨의 대리점 매출 실적은 중간 정도이지만 애착과 열정이 남달라 언젠가는 보험왕 자리에 오를 것"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북한에는 조선국제보험회사, 조선민족보험총회사 등 보험사가 있지만 모두 국영으로 독점 운영되며, 기업과 국민의 재산보호보다는 인민 소유의 국가재산 보호가 주목적이어서 민영보험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국내 1만 5천여 명 새터민들 중 유일하게 손해보험 일을 하는 그는 "북한은 지금 경제가 어려워 병원 가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북한에 민영보험이 진출하면 정말 잘 먹혀 들어 갈 것 같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보험왕은 따 놓은 당상" 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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