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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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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홍국영은 마치 정조의 그림자처럼 뒤를 돌보며 정조의 즉위를 돕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정조 역시 그에게 전폭적인 신임을 보낸다. 홍국영은 풍산 홍씨 집안 출신이다. 즉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와 같은 집안이며 먼 친척뻘이 된다. 아울러 그의 어머니는 영조의 계비였던 정순왕후와 먼 친척이다. 집안 자체로만 보면 최고의 문벌로 꼽힐 수 있다. 하지만 가문만 화려했을 뿐 실상 그의 집안 자체는 별볼일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론 가문에서 태어나 노론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과거에 급제했지만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당시 세도가들의 멸시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놓이게 되고, 세손과도 급격히 가까워지는 계기를 맞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일이 바로 '강목사건'. 세손이 영조에게 문안인사를 여쭙던 중 영조는 요사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묻게 되고, 세손은 '강목'을 읽고 있다고 답한다. 강목은 송나라때 주희가 쓴 역사책으로 '자치통감강목'을 줄인 말이다. 이 책에는 한문제가 '나는 고황제 소실의 아들이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출신 성분에 대한 컴플렉스를 안고 있던 영조는 이 대목을 무척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지목하자 다급해진 세손은 그 대목은 보지 않고 읽고 있다고 답하고, 이에 영조는 그렇다면 책을 가져와 보라고 한다. 대전의 명을 전해들은 홍국영은 재치를 발휘해 강목 중 문제가 될 부분을 모두 찢어버린 채 책을 가져다주고, 세손은 위기를 모면한다.

세손 시절 뿐 아니라 영조 승하 후 보위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위기와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조는 때마다 기막히게 자신을 돕는 홍국영에 대해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후사가 없던 효의왕후를 대신한 후궁 자리에 13살난 동생을 간택시키니 바로 그녀가 원빈 홍씨다. 그러나 원빈은 궁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돼 죽음을 맞게 되고, 여기서 홍국역은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바로 동생 죽음의 배후로 효의왕후를 의심한 것. 비록 실질적인 조선의 2인자라고 해도 왕실을 업신여기고, 멋대로 칼까지 빼든 채 원빈 처소 나인과 궁녀들을 취조하는 사건을 벌임으로써 그는 결국 모든 권세를 뒤로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강릉으로 유배간 뒤 홧병으로 숨지고 마는 홍국영. 혹자는 정조가 즉위 초기 홍국영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조가 자신의 최측근마저 내침으로서 노론을 경계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홍국영과 대치하며 세손을 음해하는 세력의 선봉장이었던 정후겸. 그 역시 대단한 인물이었다. 비록 인천 생선장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화완옹주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큰 꿈을 품게 된다. 그 나이가 16세. 일년 뒤 과거에 합격한 그는 본격적인 관료의 길을 걷게 되는데, 승진에 있어 초고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는 약관 20세에 승지가 된다. 화완옹주를 너무나 좋아하던 영조의 눈에 들었기 때문에 이같은 승진이 가능했으리라. 드라마상에서 세손 시절 정조와 함께 수염이 없는 채로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론과 손을 잡은 그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 결국 정조는 즉위하고 그 해에 귀향간 뒤 결국 그곳에서 숨지고 만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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