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7 펀드시장, '차이나' 웃고 '일본' 울었다

"너희 아파트 얼마나 올랐니?" "네 정기예금 금리는 몇 %니?"

지난해까지만해도 주부들 모임에서의 단골 대화였다. 하지만 한해가 마무리되어가는 2007년 12월의 대화주제는 180도 달라졌다.

"너, 무슨 펀드 들었니? 얼마 먹었니?"

'펀드' 열풍이 몰아친 2007년, 펀드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대화 주제를 통째로 바꿔놨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자료를 통해 '올해의 펀드시장'을 들여다봤다.

◆펀드, 이젠 내가 형님이다

지난 2002년말 정기예금 규모는 약 252조 원, 펀드 수탁고는 약 175조 원으로 대략 77조 원의 차이가 났다. 정기예금은 금융시장에서 확실한 큰형님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현재 정기예금은 292조 원, 펀드 수탁고는 270조 5천억 원으로 격차가 21조7천억 원으로 줄었다. 펀드 수탁고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8%의 증가율을 나타내더니 올들어서는 지난 3년동안의 평균 증가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뛰어넘는 27.4%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펀드 시장 규모가 정기예금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2년 가계금융자산 가운데 통화와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였으나 올해 2분기에는 44.9%로 9.6%포인트 축소된 반면 펀드 비중은 4.9%에서 7.8%로, 주식도 12.9%에서 19.5%로 확대돼 투자상품으로의 자금이동이 급속하게 진행중이다.

◆어떤 펀드가 좋았나?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은 역시 '차이나펀드'였다.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기 전인 10월말까지 중국 펀드들의 연간 수익률은 100%를 훌쩍 넘었다. '미차솔'이라는 닉네임을 만들어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 1종류A'는 무려 170.24%의 수익률을 쏘아올리며 '신화'를 만들어냈다.

지난달들어 중국과 홍콩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11월 이후 중국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크게 둔화됐지만 연초이후 증가한 전체 수탁고 증가분의 36%에 해당하는 14조 3천억 원을 중국펀드가 빨아들였다. 특히 10월 한달동안 증가한 주식형펀드 수탁고 약 7조 원 가운데 중국주식형펀드에서만 5조 8천억 원이 증가, 증가액의 81%가 중국펀드로 몰려들었다.

중국 펀드 다음으로는 '브릭스'가 돋보였다.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 등 4곳의 대형 이머징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브릭스펀드는 지난달말 현재 전체 해외펀드 가운데 중국(35%) 다음으로 높은 비중(14%)을 차지했다.

한편 올해 국내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연초에 비해 41.72%의 누적수익률을 달성, 여러 유형의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비해 8.8%포인트 앞선 것이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연초에 비해 51%의 평균수익률을 올려내면서 올 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운용사 자리를 거머쥐었다.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것은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연초대비 67.92%)', 해외주식형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법인주1ClassA(연초대비 82.69%)'였다.

◆이 펀드, 미웠어요

천덕꾸러기 가운데 으뜸은 일본펀드였다. 올초에만 해도 일본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앞다퉈 나왔다. 소비지출과 활발한 기업투자 등 일본경제의 활력이 느껴진다는 것.

때문에 지난해말 5천억 원 수준이던 일본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올해 6월말 기준으로 3조 2천129억 원까지 급증했다. 532%나 늘어난 것.

하지만 성적표는 참담했다. 올 3분기에는 -5.09%, 4분기에는 -8,75%의 뒷걸음질을 쳤다.

해외리츠재간접펀드도 미운 오리새끼였다. 연초대비 수익률이 -6.41%. 지난해 25.4%의 연간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재미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너도나도 가입했으나 결과는 '망연자실'이었다.

명품의류나 시계, 화장품, 보석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럭셔리 펀드'는 럭셔리한 수익률은 커녕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0.81%로 떨어진 상태고, 물 펀드 역시 -3.59%에 머무르면서 투자자들에게 '물을 먹였다'.

'미운 펀드'가 나온 것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으로 인해 선진국 경제가 불안한 상황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박현철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한편 내년에도 국내 펀드 수탁고가 올해에 비해 24%정도 증가한 36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의 매력도가 높다는 것. 그러나 기대수익률은 올해보다 낮을 전망.

해외펀드는 이머징 마켓에 분산해 투자하되 섹터펀드를 선택할 경우, 소비재관련 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외펀드 역시 올해보다는 낮은 수익률이 점쳐지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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